[인터뷰] ‘변호인’ 김영애 “내 이름, 처음으로 검색…반응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입력 2014-01-11 00: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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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애는 “아들 역 임시완이 송강호에게 많이 혼났다”며 “하지만 그 꾸중이 없었다면 지금의 임시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김. 영. 애.

배우 김영애(63)는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이 개봉한 뒤 생애 처음으로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과거 작품 속 스틸 컷이나 자신조차 기억 못했던 사진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인터넷이라는 게 참 편리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워 검색할 용기를 못 냈는데 이것저것 신기한 자료들도 많고 참 재밌더군요. 하하.”

김영애가 자신의 이름을 두들겨 본 이유는 다름 아닌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때문이다. 거침없는 흥행속도로 2014년 첫 1000만 영화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변호인’의 반응을 믿기 어려웠던 그는 요즘 영화리뷰나 평가 등을 인터넷을 통해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반응도 살폈다. 그는 “1년에 한 두 번씩 연락을 하던 지인들로부터 ‘영화 잘 봤다’는 전화를 받고,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며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이런 폭발적인 흥행은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처음에는 500만 관객 동원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500만이 되고 곧 1000만을 바라보니 믿기지가 않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영애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의 단골 국밥집 주인으로 연을 이어가다 아들 진우(임시완)가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우석을 찾아가 아들의 변호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순애 역을 맡았다. 그동안 도시적이고 세련된 역할로 카리스마를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뜨거운 모성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순전히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 ‘황진이’, ‘로열패밀리’, ‘해를 품은 달’을 본 시청자들이 저를 굉장히 권위적이고 강한 이미지로 인식하더라고요. 혹여 제 이미지가 그 쪽으로 굳혀지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선택했죠. 개인적인 욕심을 좀 부렸습니다. (웃음)”

김영애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중은 적지만 혹시 영화에 누가 될까 긴장했고 영화의 담긴 메시지 탓에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 걱정했죠. ‘김영애, 저거 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을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논란에 대한 우려는 영화를 촬영하며 사라졌어요. 각자 인생관이 다른데 우리 영화를 모두 다 잘 만들었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관객들이 충분히 느끼고 만끽하길 바라며 나 외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김영애.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영화가 담아낸 1980년대 살아온 그의 삶은 어땠을까.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부터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전선에 뛰어든 그는 죽어라 일을 해도 집안을 챙기기 힘들었다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회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우리 가족을 책임져야 하니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돌릴 겨를이 없었어요. 사회성은 사업을 하고 나서 생긴 것 같아요. 승승장구 하던 사업을 내려놓으면서 눈을 떴죠. 세상에는 공짜가 없더라고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버리더라고. 사업정리를 하고 나서 오히려 연기하는데 배짱도 두둑해졌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김영애는 2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췌장암 선고를 받았을 당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촬영 중이었기에 주변인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 9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2주 만에 퇴원을 했다. 빨리 회복해 연기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죽기 살기로 등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저 같은 사람 처음 봤대요. 제 성격이 워낙 급해서…. 누워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 빨리 나아서 연기를 하고 싶었죠. 카메라의 빨간 불이 켜지고 연기를 할 때면 아무리 아파도 아프지 않거든요. 극 속에서 어떤 인물이 되는 게 가장 행복하고 그걸 안 하면 못 살 것 같아요.”

김영애는 곧 영화 ‘카트’ 촬영에 돌입한다. ‘변호인’에 이어 이번에도 정이 넘치는 ‘청소부 아줌마’ 역이다. 그는 “보톡스를 맞고 싶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연기하면서 세포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할 까봐서”라고 말했다.

“여배우도 사람인지라 늘 예뻐 보이고 싶죠. 늘어가는 주름살을 보면 속상하다니까. 그래도 연기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은 늘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언제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숨이 멎는 날까지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네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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