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성심학교 출신 서길원, ‘야구선수’ 꿈 위해 미국행

입력 2014-01-10 15:45:4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길원(왼쪽)과 양인하.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10일(한국시간) 오후 기자 앞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국내 유일의 청각장애인 야구팀인 충주성심학교의 박정석 야구부장이었다.

“서길원 학생이 미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중략) (서)길원이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길러 한국 농아인 사회의 리더로, 또 야구 지도자의 꿈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서길원(19)은 지난 2002년 창단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출신 선수.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글러브’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길원이 미국유학 길에 오른 것은 ‘야구선수’라는 꿈을 쫓기 위해서다. 어려운 가정 형편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충주성심학교 전 교장인 장명희 콘솔시아 수녀는 물론 워싱턴 DC의 한인회와 원주 카리따스회 등에서 십시일반 경비를 마련해 줬다.

올해 초 미국에 도착한 서길원은 소정의 농아인 어학연수과정을 수료한 뒤 농아인 야구팀이 있는 갈랴우뎃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 곳에는 농아인 출신으로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커티스 플라이드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서길원이 미국행을 선택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국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쉽지 않았기 때문.

같은 학교 야구부 동료이자 친구인 양인하(19)의 경우도 비슷했다. 양인하는 지난해 9월 고양 원더스가 주최한 트라이아웃에 도전해 첫 날 ‘체력검사-캐치볼-배팅-수비연습’으로 진행된 1차 테스트를 당당히 통과했다. 하지만 다음날 가진 2차 테스트(연습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배트 중앙에 잘 맞은 공이 몇 차례 있었지만 번번히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불합격’통보를 받았다.

이날 양인하와 함께 트라이아웃에 동행했던 박정석 부장은 “인하가 많이 아쉬웠는지 그리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분했는지 테스트를 마치고 짐을 챙기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충주로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도 양인하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고.

박정석 부장은 “(양)인하와 (서)길원이는 코치가 지시하면 꾀부리지 않고 항상 성실히 훈련에 임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지도를 받으면 분명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현실의 높은 벽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야구선수라는 꿈을 위해 미국 유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서길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