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정배 “8000만원, 어려울 때 생각하면…”

입력 2014-0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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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별명은 ‘박베라’(박정배+마리아노 리베라)다. 처음에는 닮은 꼴 외모 때문에 붙었지만, 지난해 여름 그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방출, 재활 등 굴곡진 야구인생을 살았던 박정배는 “어려운 시기를 생각하면 연봉 8000만원이 어디냐?”며 웃었다. 스포츠동아DB

■ 연봉 43% 오른 방출생 신화 SK 박정배

두산 방출…SK 이적…어깨 부상…파란만장
작년 38경기 등판 5승14홀드 방어율 1.65
최고 활약 불구 구단과 밀당없이 흔쾌히 사인

한 동료는 2013시즌 그의 활약을 두고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6월 14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정배(32·SK)는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38경기에 등판하며 5승2패14홀드, 방어율 1.65. 재활로 인해 1군 합류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결국 2013년(5600만원)보다 약 43% 오른 8000만원에 2014년 연봉 계약을 마쳤다.


● 어려울 때 생각하면 8000만원도 감사!

박정배는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만큼이나 굴곡 있는 야구인생을 살았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1순위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11년을 끝으로 두산에서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SK에 새둥지를 튼 뒤에는 2012년 37경기에서 4승3패3홀드, 방어율 3.14로 입지를 다지나 싶었다. 그러나 2012시즌 막판 당한 어깨 부상 때문에 또 한번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프로 데뷔 이후 2012년까지 박정배의 연봉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5년 2000만원, 2006년 2200만원, 2009년 2100만원, 2010·2011년 2800만원, 2012년 2600만원을 받았다. 2013년이 돼서야 5600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생애 처음으로 대폭 인상(약 115%)의 기쁨을 맛봤다. 2013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둔 박정배는 내심 8000만원보다 더 많은 2014년 연봉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과 지루한 줄다리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어려울 때 생각하면 이 돈을 받는 것도 어디냐’는 얘길 나눴다. 8000만원의 연봉도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 끝나지 않은 방출 신화…다음 목표는 우승 반지

박정배의 ‘방출생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준 아내 장희선 씨와 딸 가율(5), 아들 태령(2)을 위해 다시 구슬땀을 흘린다. 지난해 12월 박정배는 연봉협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문학산을 올랐다. 몸에서 김을 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나면, 가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기분도 상쾌해지고, 다리도 튼튼해지니 일석이조의 효과”라며 웃었다.

15일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박정배의 2014시즌 준비가 시작된다. SK는 새해에도 그가 불펜의 수호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배는 “지난해엔 4강에도 못 들어갔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연봉협상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팀이다. 올해 목표는 팀이 우승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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