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호 이구아수 캠프 첫째 날 풍경
무려 30시간을 넘긴 긴 여정이었다. 태극전사들은 내내 비몽사몽이었다. 어렵사리 ‘결전의 땅’ 브라질의 이구아수에 도착한 뒤에도 여독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선택은 간단했다. ‘자유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구아수 숙소에 도착한 뒤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선수들에게 첫날만큼은 일과를 통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거 연령별 대표팀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을 지휘하는 지금도, 복장과 인사까지 세부적인 규율을 만들고 강조한 홍 감독조차 피곤함이 가득한 제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숙소 호텔 체크인을 하고, 1층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마친 이후 시간은 선수들의 자율 의지에 맡겼다. 첫날밤부터 도착 다음날(현지시간 15일) 오전 시간도 각자 알아서 행동하도록 풀어줬다. 늦잠을 자도 좋고, 뭘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까지 해줬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질 혹독한 경쟁을 앞둔 마당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더욱이 홍 감독은 비 시즌 휴식기를 보낸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누가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아니면 누가 정말 열심히 땀 흘렸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마음과 뜻이 맞는 선수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호텔 내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를 오가며 몸을 풀었다. 하대성(베이징)-이근호-이호(이상 상주상무) 등은 야외 수영장에서 멋진 몸을 자랑하며 수구를 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근호는 “여독을 푸는데 물장구를 치는 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몇몇은 헬스장을 찾아 땀을 흘렸다.
같은 시각, 홍 감독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뭔가 긴밀히 의논하고 있었다. 이케다 코치가 마련한 이구아수 체력 증진 프로그램을 놓고 상의를 하는 듯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휴식도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삼으려는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