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칸투 “1차 목표는 타율 3할·20홈런·80타점”

입력 2014-01-21 00: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두산이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포 호르헤 칸투(32)를 영입했다.

지난 2005년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칸투는 그 해 총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28홈런 117타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칸투는 당시 탬파베이의 체육기자들이 선정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2006년에는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며 타율(0.249) 뿐만 아니라 홈런(14)과 타점(62) 모두 추락했다. 급기야는 2007년 시즌을 트리플 A에서 시작한 것도 모자라 그 해 7월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되는 수모도 겪었다.

2008년 플로리다(현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칸투는 과거 화려했던 기량을 찾아 주전 2루수 자리를 확보하며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칸투는 2008년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인 홈런 29개를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시 칸투의 팀 동료였던 댄 어글라(3루수), 헨리 라미레즈(유격수) 그리고 마이크 제이콥스(1루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로 한 팀 내야수가 모두 시즌 홈런 25개 이상을 쏘아 올리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이후 칸투는 2009년 내셔널리그 5월 첫 째 주에 ‘이주의 선수’로 선정된 것은 물론 2010년에는 시즌 개막과 함께 21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할 만큼 빅리그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 해 7월 텍사스로 트레이드 된 후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다. 당시 칸투는 무려 83타석 동안 단 1개의 홈런이나 타점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 동아닷컴DB


당시 칸투는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포스트시즌에도 출전했지만 8타수 무안타 삼진 3개로 부진했다.

칸투는 2011년 샌디에이고와 1년 단기계약을 맺었지만 그 해 6월 성적 부진으로 방출된 후 마이너리그 콜로라도(2011년)와 LA 에인절스(2012년) 그리고 지난해는 멕시코리그에서 뛰며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칸투의 메이저리그 8년 통산 성적은 타율 0.271 104홈런 476타점 출루율 0.316 장타율 0.439이다.

동아닷컴은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두산 스프링캠프지에서 칸투를 만나 올 시즌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칸투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컨디션은 좋다.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두산과 계약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다.

“나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것은 물론 나를 보기 위해 직접 멕시코까지 오는 등 두산은 많은 성의를 보여줬다. 그게 가장 크다. 게다가 과거 메이저리그 텍사스 동료였던 니퍼트나 다른 지인들을 통해 두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온통 긍정적인 내용뿐이었다. 작년에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지만 경쟁력을 갖춘 것은 물론 잠재력이 많은 팀이라고 들었다. 이런 팀에서 나를 선택하고 기회를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하루 빨리 한국 팬들도 만나고 싶다.”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 동아닷컴DB


-일찍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롤모델은 누구였나?

“(주저 없이) 칼 립켄 주니어(은퇴)였다. 그의 경기는 항상 TV를 통해 시청했을 만큼 좋아했다. 그가 야구장에서 보여준 꾸준함과 성실함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당신의 성공여부에 대한 찬반논란이 많다. 과거 빅리그에서 104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부진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내가 어떤 성적을 올릴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지금은 단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다. 시즌이 시작됐을 때 팬들이나 구단에서 기대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지금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하는 단계일 뿐이다. 특히 나 같은 외국인 선수들은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심리적인 중압감도 크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좋은 지적이다. 당신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했을 때 구단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나는 어느 리그에서 뛰든지 시즌 전에 항상 같은 목표를 세운다. 타율은 3할 언저리를 치는 것이고 홈런은 20개 이상 그리고 타점은 80점 이상 기록하고 싶다. (웃으며) 물론 이를 초과 달성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나는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3~4 시즌 동안 이와 같은 기록을 이미 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그럴 수 있는 내 능력을 믿는다.”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 동아닷컴DB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메이저리그로 콜업되던 날이다. 지난 2004년 내 나이 21살 때였다. 당시 트리플 A에서 올스타전이 있기도 전에 20홈런에 100타점에 육박하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는데 하루는 선발라인업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이다.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코치에게 따질 수도 없어서 조용히 벤치를 지켰다. 경기 가 끝난 뒤 샤워를 하러 가는데 한 코치가 나에게 오더니 ‘스킵’이 나를 찾는다고 알려줬다.”

-스킵이 누구인가? 당시 감독 이름인가?

“아니다. 스킵은 이름이 아니고 미국에서 감독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 같은 것이다. 당시 감독의 이름은 빌 라이버스였는데 그의 방으로 갔더니 감독 외에 다른 코치들도 다 모여 있었다. 감독이 나에게 “양복이 있냐?”고 묻더라. 없다고 했더니 “하나 사야 된다”고 하면서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고 알려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느꼈던 기쁨과 환히는 정말이지 내 생애 최고였다. 마이너리그에서 흘렸던 5년간의 고생이 한 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럼 16세 때 탬파베이에 입단한 것인가?

“그렇다.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이너리그에 있는 5년 동안 친구는 물론 휴가와 명절 등도 모두 다 반납하고 야구만 했다. 때론 가족과의 달콤한 크리스마스 휴가도 포기했을 만큼 간절하게 운동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야구를 하고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앞서 당신이 언급한 것처럼 부진했던 지난 몇 년간이 정말 힘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정상의 달콤함을 맛봤다. 최고였다. 하지만 어느 날 눈떠보니 한 순간에 바닥에 추락해 있더라.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추락했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권투시합과 같다. 상대에게 강한 펀치를 맞고 다운이 됐다고 누워만 있으면 지는 것이다.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다시 싸울 준비는 물론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그랬다. 한 걸음 한 걸음 잘못됐던 이유를 찾아 수정하며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멕시코리그에서 홈런 30개 이상을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에 부상으로 인해 한 달 이상 결장만 하지 않았으면 40개 이상도 가능했다. 내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다시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물론 이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산 호르헤 칸투(맨 왼쪽·등번호 3번)의 멕시코 대표팀 시절 모습.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맨 오른쪽)의 모습도 보인다. 동아닷컴DB


-멕시코 국가대표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참가했다. 당시 한국과도 경기를 치렀는데 한국야구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2006년과 2009년은 물론 지난해에도 WBC에 출전했다. 한국과는 2번 맞대결한 걸로 기억하는데 일본과 한국은 정말이지 교과서적인 야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투타 모두 너무 정교했다. 막강한 투수력은 물론 타격도 힘있는 홈런타자뿐만 아니라 맞추는 능력이 뛰어난 교타자들도 많았다. 한국은 정말이지 빈틈을 찾아 보기 힘들 만큼 상대하기 쉽지 않은 강팀이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선수는 누구였나?

“이름은 잘 모르겠다. 좌타자였는데 지명타자였는지 1루수였던 걸로 기억한다. 체격도 좋고 특히 목걸이를 많이 착용했던 것 같다. 당시 그가 타석에만 들어서면 한 숨부터 나올 만큼 위협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하이인 29홈런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가능한가?

“부상만 없다면 가능하다. 못할 게 없다. 앞서 말했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100%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30개는 물론 40개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내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 물론 야구에는 변수가 많아 앞 일을 쉽게 예상할 수 없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시즌 중에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야수들의 경우 슬럼프에 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 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꾸준한 연습과 타석에서 평소보다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슬럼프를 극복한다.”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32). 동아닷컴DB


-경기가 없거나 오프시즌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독서를 좋아한다. 특히 역사에 관심이 많아 멕시코 역사는 물론 세계사에도 관심이 많다. 아울러 골프를 즐기는 편이다. 안 그래도 내일 우리 팀 휴식일 이어서 옛 동료들과 함께 골프를 치러 간다. 핸디는 10이다.”

-혹시 별명이 있나?

“있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화난 멕시코인(Mad Mexican)’ 이라고 부른다”

-잘 웃지 않아서 그런가?

“(하하) 그런 것 같다. 지금처럼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고 잘 웃는 편이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집중하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특히 2년 전에는 지금보다 수염이 더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하하.”

-당신도 특별한 징크스가 있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서 미신을 믿지 않는다. 굳이 들자면 경기 전 기도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라커 앞에 앉아 차분히 경기를 준비하며 야구를 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친구나 가족 혹은 지인 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끝으로 한국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먼저,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나를 따듯하게 맞이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특히 SNS 계정을 통해 한국 팬들이 벌써부터 많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 팬들이 남긴 메시지는 빼놓지 않고 다 읽어보는데 한국말로 남긴 건 무슨 내용인지 알 지 못하지만 그래도 감사한다. 나 역시 하루 빨리 서울에 가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고 내가 가진 능력을 통해 팬들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