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권희동(왼쪽)과 노진혁은 FA 영입으로 주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둘은 낙담하지 않고 언제가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지난해 맹활약…NC의 ‘깜짝’ 히트상품
이종욱·손시헌 FA 영입으로 주전 위기
“언젠가 또 기회…그 순간 위해 더 노력”
거물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소식이 전해지면 팬들은 환호하면서 기대감을 표현한다. 구단도 과감한 투자가 성적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감독도 한층 두꺼워진 전력에 미소를 짓는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더 높아진 우승 가능성에 기뻐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희소식인 것은 아니다. ‘FA 직격탄’이라고 할 만큼 충격적인 소식에 할 말을 잃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권희동(24)과 노진혁(25)은 NC의 1군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 ‘깜짝’ 히트상품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4순위로 입단한 권희동은 무명 중의 무명이었지만 시즌 내내 1군을 지키며 신인 최다인 15개의 홈런을 날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나성범,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정준 등으로 인해 수차례 백업으로 밀려났지만 시즌 막판 NC의 주전 우익수는 권희동이었다. 특히 15개의 홈런은 팬과 팀의 큰 기대를 샀던 대형 신인 나성범의 14개보다 많은 수치였다. 좀처럼 1할대의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해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0.203으로 시즌을 마치는 근성도 보여줬다.
그러나 NC는 올 시즌을 위해 국가대표 리드오프 출신 이종욱을 FA로 영입했다. 도루왕 김종호가 좌익수, 이종욱이 중견수, 나성범이 우익수를 맡게 될 NC 외야진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빈틈이 없어 보인다.
노진혁은 2012년 특별지명(전체 20번)으로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낸 NC 창단 멤버다. 2013년 이현곤이 FA로 영입됐지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갈수록 안정된 수비를 펼쳤고, 타율 0.223에 73안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내야 수비의 리더였다. 그러나 역시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 손시헌이 FA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매우 어려운 처지다. 경력과 이름값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절망은 없다. 권희동은 “훌륭한 선수들이 왔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명 중의 무명에서 시즌 15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된 것처럼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자세다. 노진혁도 “주위에서 많이들 ‘자리를 놓치게 됐다’며 걱정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또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그 순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크게 낙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패기 하나로 다시 희망을 향해 뛰고 있는 권희동과 노진혁이다. 어쩌면 김경문 NC 감독이 가장 바라던 ‘FA 효과’인지 모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