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도 무겁다? 최경량 노트북 LG ‘그램’ 써보니

입력 2014-01-21 11: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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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노트북을 보다 보면 이게 과연 ‘노트북’ 맞나 싶은 제품이 제법 있다. 노트북은 엄연히 ‘휴대용 PC’임이 분명한데, 최근 팔리는 노트북 중에는 거의 데스크탑 수준의 큰 화면과 키보드를 갖추고, 무게도 2~3Kg에 육박하는 제품이 상당히 많다. 노트북을 휴대용이 아닌 데스크탑 대용의 거치용으로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형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제품 중에도 전통적인 ‘노트북’의 기준에 부합하는 물건이 의외로 적다. 이를테면 터치스크린을 집어넣는다던가, 키보드 부분이 분리되어 태블릿PC 대용으로 쓸 수 있게 한다던가 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제품이 상당수다.

물론 상당수 소비자들이 이런 물건을 원한다고 하니 제조사가 이에 부응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필자처럼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소비자는 이런 현상이 썩 달갑지 않다. 200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소니의 ‘바이오 505’ 시리즈나 도시바의 ‘리브레또’ 시리즈처럼 노트북의 기본기를 충실히 갖추면서도 휴대성만 파격적으로 높인 제품이 제법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은 이런 제품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LG전자에서 필자의 흥미를 끌만한 노트북을 출시했다.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를 특히 강조하는 13Z940 시리즈, 통칭 ‘그램(Gram)’이 그 주인공이다. 터치스크린이나 분리 기능 같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정통파 휴대용 노트북을 지향하는 제품으로, 특히 1kg에 미치지 않는 980g의 가벼운 무게가 자랑거리다.

‘꼼수’ 없는 최경량, 초슬림 노트북

시중에서 휴대성을 강조한 슬림형 노트북을 ‘울트라북’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LG전자에선 그램을 단순한 울트라북이 아닌 ‘울트라PC’라 지칭하고 있다. 그만큼 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일단 그램의 외형을 보고 거부감을 느낄 소비자는 그다지 없을 것 같다. 특히 13.6mm에 불과한 얇은 두께, 그리고 순백의 깔끔함도 호감을 줄만하다. 또한 화면 크기가 13.3인치(풀HD 해상도 지원)로 제법 큰 반면, 제품의 좌우 폭은 303mm에 불과하다.


이는 화면 양 측면의 베젤(테두리)의 폭이 4.4m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부 노트북은 화면이 꺼졌을 때는 베젤이 얇아 보이지만, 화면을 켜보면 실제 표시 영역은 상당히 좁은 속칭 ‘구라 베젤’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램은 이런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사실 요즘 13인치급의 화면을 달고 있으면서 13~15mm의 두께를 실현한 슬림형 노트북은 그램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면서 무게가 1kg에 미치지 않는 제품은 그램이 거의 유일하다. 혹시나 LG전자가 과장광고를 한 게 아닌가 싶어 직접 디지털 저울에 달아봤는데 LG전자에서 밝힌 980g 보다 오히려 가벼운 960g으로 측정되었다. 사실, 무게를 달아볼 필요도 없이 직접 제품을 한 번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휴대용 PC 중에 1Kg보다 가벼운 것은 키보드가 없는 태블릿PC가 대부분이다. 노트북 중에 소니의 ‘바이오 프로 11’ 같은 제품이 비슷한 수준의 무게를 실현했지만, 이 제품은 화면 크기가 11.6인치로 그램보다 작다. 최대의 화면크기를 확보하면서 최소의 무게를 실현했다는 점이 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 바닥 부분을 나사 4개(고무 커버로 마감)로 고정한 단일 커버로 덮어 깔끔하게 정리한 것도 눈에 띈다.

두께 고려하면 측면 포트도 그럭저럭

이런 얇은 노트북들의 공통된 단점이라면 측면에 달린 각종 포트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은 외부로 영상을 출력할 수 있는 포트가 아예 없고, USB 포트도 1개뿐인 경우도 있었다. 그램 역시 포트가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좁은 공간에 나름 이것 저것 넣으려고 노력한 티는 난다.


일단 유선 랜 포트는 없으며, 일반 규격의 USB 포트는 총 2개,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USB 포트는 1개를 탑재했다. 표준 USB 포트는 3.0 규격이라 USB 3.0 규격의 고속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를 꽂았을 때 기존의 USB 2.0에 비해 빠르게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으며, 연결 기기를 빠르게 충전하는 급속 충전, 노트북이 꺼진 상태에서도 연결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휴면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그리고 마이크로 USB 포트는 동봉된 변환 젠더를 이용해 유선 랜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다.


SD카드 슬롯 역시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SD 규격이다. 디지털카메라의 SD카드를 꽂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울 수 있으나, 대신 스마트폰에서 흔히 쓰는 마이크로SD카드를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은 좋다. 예전 같으면 확실한 단점이라 지적했을 텐데,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요즘의 상황이라면 살짝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성 포트의 경우, 스피커나 헤드폰을 연결하는 출력 포트만 있다. 외장 마이크를 연결하는 입력 포트는 따로 없지만 대신 본체에 자체적으로 마이크를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할 수 있는 HDMI 포트의 경우, 여느 슬림형 노트북과 달리 미니나 마이크로 규격이 아닌 표준 규격의 포트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변환 케이블 없이 편하게 HD TV나 신형 모니터와 노트북을 연결할 수 있다. 대신 구형 모니터나 프로젝터에 연결할 때 주로 쓰는 D-Sub(VGA) 포트는 없으니 구매 전에 꼭 참고하자.

최근 추세 반영한 내부 사양

외부 포트가 살짝 부족한 느낌인 반면, 내부 사양은 충실한 편이다. 특히 무선 랜의 경우, 이른바 기가 와이파이라고 부르는 802.11ac 규격을 지원한다. 시중에서 흔히 쓰는 802.11n 규격의 무선 랜이 150~300Mbps의 전송속도를 내는 반면, 그램은 환경에 따라 최대 867Mbps의 속도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아직 802.11ac 규격의 무선 공유기가 그다지 보급되지 않아 최대 접속 속도를 써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다. 802.11ac를 지원하는 디링크 DIR-850L 공유기에 그램을 접속하니 실제 867Mbps로 무선 연결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컴퓨터 측면에서의 사양도 수준급이다. IT동아에 전달된 13Z940-GH70K 모델의 경우, 최신 CPU인 4세대 인텔 코어 i7-4500U(코드명 하스웰)를 탑재하고 있으며, 메모리도 8GB로 넉넉하다. 여기에 속도가 빠른 SSD(256GB)까지 담고 있어서 전반적인 반응속도 및 부팅 속도, 그리고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특히 256GB면 SSD 치고는 상당히 고용량이기도 하다.


참고로 탑재된 인텔 HD 그래픽스 4400 그래픽카드와 코어 i7-4500U CPU는 저전력 및 동영상 구동, 사무용 프로그램 구동 능력을 중시하는 모델이다. ‘지포스’나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달린 데스크탑이나 15인치 급 이상의 대형 노트북에 비해 게임을 구동하기엔 다소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 다만, 게임을 하려고 소형 노트북을 사는 것 자체가 그다지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은 행위다.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차라리 데스크탑이나 대형 노트북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터치스크린 없는 윈도8 노트북도 쓸만하네

운영체제는 윈도8(윈도8.1로 무료 업데이트 가능) 64비트를 탑재하고 있다. 사실 윈도8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메트로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는 운영체제라, 터치스크린이 없는 그램과 태생적인 궁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윈도7과 같은 기존 운영체제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윈도8.1로 업데이트하면 화면 구석에 시작 버튼이 생기긴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일반 UI와 메트로UI를 전환하는 기능만 할 뿐이다.


그래도 그램은 전용 기능을 추가해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LG업데이터 센터에서 내려 받아 설치할 수 있는 ‘LG 이지 스타터’를 이용하면 마치 윈도7의 시작버튼처럼 프로그램 목록이나 제어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버튼이 생성된다. 윈도7의 시작버튼이 그리웠던 사용자라면 환영할 만한 기능이다.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터치 지원 터치패드로도 터치스크린 못잖게 윈도8을 활용할 수 있다. 터치패드를 오른쪽에서 문질러서 윈도8의 참 메뉴를 부르거나 네 손가락을 대고 쓸어내려 바탕화면으로 돌아가거나 창을 전환하는 동작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조차도 불편하다면 마우스를 따로 꽂아 써도 무방하다.

LOL 정도의 게임은 원활히 구동 가능

앞서 이야기했듯 그램은 본래 게임용으로 나온 노트북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간간히 캐주얼한 게임은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게임 구동능력은 필요하다.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AOS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구동하며 성능을 테스트 해 봤다. 게임을 구동할 때 평균 프레임이 30프레임 정도면 원활하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으며, 60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이다.


화면 해상도를 1,920 x 1,080, 그래픽 품질을 모두 ‘중간’으로 맞추고 소환사의 협곡 맵에서 20여 분 정도 플레이를 해보니 평상시에는 40~50프레임,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30~40프레임 정도를 유지하며 상당히 부드러운 진행이 가능했다. 이 상태에서 해상도를 1,366 x 768 정도로 낮추면 화질은 약간 저하되지만 프레임을 10프레임 정도 더 확보할 수 있다. 아무튼 그램으로 LOL 정도의 게임을 플레이 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물론 ‘크라이시스3’나 ‘배틀필드4’ 같은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는 용도로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열 배출구조도 양호한 편

한편, 평상시와 달리 게임 플레이 중에는 노트북 내부의 냉각팬이 상당히 격렬하게 회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일정 수준이상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본체 크기를 줄이려면 내부의 부품들을 조밀하게 배치해야 하는데, 이러자면 발열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램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단순히 열이 많이 나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다. 이보다 중요한 건 이런 발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열 배출구조가 부실한 노트북은 사용 중에 키보드 하단의 팜레스트 부분, 혹은 사용자의 손이 닿는 측면이 뜨거워져서 불편을 주기도 한다. 그램의 경우는 열 배출구조에 제법 신경을 쓴 것 같다. 게임과 같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하는 도중에 팜레스트나 노트북 측면의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 보니 섭씨 26~27도 남짓으로 거의 열이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내부의 발열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다른 부분을 만져보니 대부분의 열은 노트북의 바닥, 그리고 키보드와 화면부 사이에 있는 배출구에 집중되는 것 같다. 팜레스트나 측면의 온도가 섭씨 26도 정도일 때 바닥과 배출구 부분의 온도는 섭씨 40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손이 자주 닿는 곳에 열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보드 상단 부분이 팜레스트에 비해 약간 따듯(약 섭씨 32~33도)하긴 하지만 이 정도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무난함’에서 탈피한 LG전자 노트북

필자는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LG전자의 노트북이 살만 하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음, LG 노트북이 그냥 무난하게 쓸 만은 하지’라는 모호한 대답을 해주곤 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LG전자의 노트북은 성능이나 기능, 디자인 등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이 분명하지만 눈에 확 띄는 특징이라던가 개성은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게임 성능이 좋은 노트북이라면 D사의 A제품’, ‘디자인이 멋진 노트북이라면 S사의 V제품’ 식으로 몇 가지가 떠오르는데, LG전자의 노트북 중에는 딱히 그런 공식에 해당하는 제품이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필요하다면 LG의 그램이라는 제품이 괜찮다’고 확실히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코어 i7을 탑재한 13Z940-GH70K 모델의 가격(약 204만 원)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코어 i3를 탑재한 13Z940-GH30K 모델(약 142만 원)의 구매를 고려해 보자. 고성능을 요하는 일부 작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만족도는 비슷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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