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동아닷컴DB
최근 한국여자쇼트트랙국가대표팀에는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경계대상 1호였던 왕멍(29·중국)이 발목 골절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것이다. 개인전뿐 아니라 3000m 계주에서도 중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선수의 불참으로, 한국은 메달권에 한층 가까워졌다. 왕멍의 라이벌로 꼽혔던 심석희(17·세화여고)도 “계주에선 우리 팀에 유리해진 게 사실”이라며 “같은 선수로선 안타깝지만 (왕멍 부상에) 신경 쓰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석희를 포함한 쇼트트랙대표팀은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프랑스 퐁 로뮤로 떠났다. 그곳에서 최종 담금질을 마친 쇼트트랙대표팀은 2월 5일 결전지 소치로 향한다.
● “왕멍 없으면? 3000m 계주 유리”
한국대표팀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2013∼20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박승희(22·화성시청)-김아랑(19·전주제일고)-조해리(28·고양시청)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은 이번 시즌 앞선 3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었지만, 4차 대회에선 중국에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당시 중국대표팀의 중심에는 경험이 풍부한 왕멍이 있었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여자대표팀이 가장 경계한 나라도 중국이었다. 중국은 현재 세대교체 중이지만 여전히 저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왕멍이 하차하면서 중국대표팀의 전력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 심석희는 “왕멍 선수가 없으면 아무래도 계주 쪽에서 유리해질 것 같다”며 “하지만 (왕멍 부상에) 신경 쓰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잘 준비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 “왕멍 부상, 같은 선수로서 안타깝다”
계주뿐 아니다. 왕멍이 빠지면서 심석희는 1000m와 1500m에 이어 단거리 500m에도 메달권에 더욱 다가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난 아직 (단거리는) 부족하다. 다른 스프린트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물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석희는 이날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모두 좋아져야 한다”며 “단거리 스타트가 느려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왕멍 선수가 부상당했다고 했을 때 팀으로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웠다. 그 선수에게는 소치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었을 텐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 나 역시 부상이라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