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종목별 점검] 엄마 선수 김선옥 “20위 진입”

입력 2014-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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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시즌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아메리카컵 7차대회 2인승에 출전한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의 경기 장면.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4. 기적 꿈꾸는 설상종목들

아들 낳은 후 육상선수 은퇴…제
2의 인생
한국 첫 봅슬레이 여자 2인승 출전권 획득
“아들·남편 응원 큰힘…4차 결승까지 간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한국봅슬레이 여자 2인승 국가대표 김선옥(34·서울연맹)이 딱 그렇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에 이어 종목을 바꿔 봅슬레이에 도전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여서만이 아니다. 여섯 살배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쉼 없이 흘렸고,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으로서 사상 최초로 2014소치동계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소치에 가는 게 1차 목표였는데 달성해 기쁘다”며 “남편과 아이의 응원에 힘을 얻는다. 소치에서 20등 안에 들어야 4차전 결승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도전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 시즌 초반 부진 극적 반전 성공!

김선옥과 신미화(20·삼육대)로 구성된 봅슬레이 여자 2인승팀은 2013∼2014시즌 초반 출발이 매끄럽지 못했다. 반대로 승승장구하는 남자대표팀과 비교됐고, 둘은 “여자(팀)는 못 가나 보다”며 체념하기도 했다. 심지어 썰매가 뒤집어지면서 신미화가 다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체력뿐 아니라 심적 부담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들을 지탱한 것은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선을 다하자”는 희망이었다.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았고, 시즌 후반 기적을 이뤄냈다. 김선옥은 “사실 인원도 없고 다쳐도 우리 둘이서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미화도 시즌 중간 다쳐서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줬다. 덕분에 목표를 이뤘다.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한국봅슬레이 여자 2인승 국가대표 김선옥(오른쪽)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여섯 살배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 남편과 아이의 외조 덕분

김선옥은 남편과 아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학창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였고, 199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기대주였다. 그러나 2008년 아들을 낳은 후 운동을 그만뒀다. 평범한 엄마였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봅슬레이(2011년)였다. 김선옥은 “여러 번 뒤집어지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130km의 스피드가 좋았고 기록이 좋아지는 재미도 있었다”며 “봅슬레이에서 중요한 게 힘과 순발력인데 육상을 하면서 쌓은 주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아버지가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다치지 말라’며 응원하는 아이를 보고 허락해주셨다”면서 “아이가 ‘엄마, 뒤집어지면 안돼. 조심해’라고 한다. 큰 힘이 된다. 또 신랑의 외조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미화도 딸 하나 키우는 심정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으로 마음을 읽게 됐다. 힘들게 올림픽에 간 만큼 둘이 최선을 다해 목표한 성적을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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