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는 도핑검사 받는지도 몰랐다

입력 2014-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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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드민턴국가대표 이용대는 지난해 1년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검사를 3차례나 받지 못하는 낭패를 맛봤다. 행정적 착오였지만 ‘삼진아웃’ 규정이 적용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스포츠동아DB

■ 도핑 파문? 이용대에게 무슨 일이…

“이용대·김기정, 3차례 도핑검사 불응”
세계배드민턴연맹 ‘자격정지 1년’ 통보

이용대, 국제대회때마다 꼬박꼬박 검사
불시 방문…소재 파악 행정착오 가능성

아시안게임 빨간 불…협회, 항소 나서


세계적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6·삼성전기)에게 지난 1년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용대가 또 다른 배드민턴국가대표선수 김기정(24·삼성전기)과 함께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도핑검사 절차 위반으로 자격정지 1년을 통보받았다. 24일부터 적용된 1년간의 자격정지기간 동안 국제대회 및 국내대회 참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훈련을 할 수가 없다. 당장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던 2014인천아시안게임 출전도 어렵게 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한 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해 아시안게임에 꼭 참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는 이용대의 잘못보다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행정적 착오 탓이 크다. 이용대는 2013년 수차례 도핑검사를 받았고, 단 한번도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는 “이용대 선수는 정상급 선수이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거의 매번 도핑검사를 받는다. 김기정 선수도 마찬가지다. 결코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WADA는 ‘이용대와 김기정이 3차례 검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WADA가 지정한 각 종목 대표선수들은 자신의 1일 일정을 해당 사이트에 분기별로 등록해야 한다. 하루 전날까지 수정할 수 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 정확한 위치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도핑검사 요원들이 불시에 등록된 위치를 방문하고, 1시간 동안 만나지 못하면 검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한다.

WADA는 지난해 3월 28일과 11월 8일 이용대와 김기정이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사전에 등록된 태릉선수촌을 불시에 방문했다. 규정상 1시간을 기다리고 철수했다. 3월 이용대는 김기정과 함께 소속팀 삼성전기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11월에는 전주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뛰고 있었다. 9월에는 검사요원이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한까지 일정 및 위치를 제출하지 않아 검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총 3차례 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삼진아웃’이 적용돼 징계를 받게 됐다. 올 1월 초 규정 위반이 통보됐고, 13일 덴마크에서 열린 WADA 청문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됐다.

여자배드민턴대표선수인 성지현(한체대)은 오후 10시에 집에서 쉬고 있다가 갑자기 방문한 WADA 검사요원에게 도핑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그만큼 철저한 불시검사가 원칙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개인 일정을 WADA에 통보해야 했지만, 같은 실수가 3차례나 반복됐다. 유럽선수들은 대부분 자기 스스로 스케줄을 올리지만, 영어가 서투른 한국선수들은 모든 것을 협회 직원이 대신해주고 있어 이용대와 김기정처럼 실수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김중수 전무는 “이용대, 김기정 선수 모두 매우 침통해하고 있다. 협회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과 배드민턴 팬, 선수 모두에게 깊이 사죄한다. 항소를 통해 자격정지를 6개월까지 낮추면 아시안게임 참가가 가능하다.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도입하겠다. 세계배드민턴연맹도 도핑 적발이 아닌 절차 위반 징계는 처음이라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만 도핑검사가 매우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 세계배드민턴선수위원회가 정식으로 이 부분을 건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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