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평가전, 번번이 상대 놓친 수비…베테랑 구심점도 없었다

입력 2014-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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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범 Q&A로 풀어본 홍명보호 평가전

미국전 김진수 쪽에 몰려 반대쪽엔 텅텅
지고 있는데도 수비 치중…모험심 부족
경기 안 풀릴 때 고참들 조율 능력 숙제



Q: 3경기에서 6실점. 수비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A: 수비적인 면에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들을 많이 했다. 코스타리카는 너무 약했다. 중심이 공격에 쏠리면서 수비전력을 전혀 평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멕시코와 미국전에선 취약점을 굉장히 많이 드러냈다. 첫 번째, 수비수들이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데 놓치기 일쑤였다. 두 번째는 볼에 너무 많은 선수들이 쏠려있으면서 반대편 선수를 확인하지 못했다. 눈들을 공에서 돌려놓지 못하더라. 수비수 개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컨트롤하지 못했고, 상대를 체크하지 못했다. 미국전 첫 실점장면을 보자. 측면 수비수 김진수 쪽에서 3명이나 몰려 있었다. 중앙수비 김기희까지 쏠리면서 반대쪽에 있는 선수를 완전히 놓쳤다. 3번째는 집중력 부재가 아쉬웠다. 몰리는 수비를 했다. 개개인의 능력도 떨어졌다.


Q: 선수들 간 소통이 아쉬웠다.

A: 소통보다는 시나리오를 써놓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비적으로 내려섰다. 미국전에선 점유율이 크게 밀리니까 공을 뺐기 위해 좀더 전진하고 적극적인 모험이 필요했다.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상대를 누르면서 압박할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자리 잡고 움직이니까 조직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상대의 볼이 가운데로 연결되면 다시 공격이 살아서 나갔다. 우리 그물 속에 넣고 구멍이 안 나도록 했어야 했다. 경기 나오기 전 선수들 간 약속이나 벤치의 지시사항이 있었을 텐데 그런 장면이 보이지 않았다.


Q: 그라운드 안에서 베테랑의 역할은.

A: 구심점이 없어 보였다. 열심히 하자는 소리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고참 선수들이 어떻게 하자고 말로써 풀어줘야 한다. ‘내가 공격으로 나가면 뒤를 받치고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실질적인 전술 얘기를 해줘야 한다. 밖에서 아무리 조언을 하고 격려를 해도 그라운드에서 전하는 목소리가 가깝고 빠른 법이다. 고참들의 운영능력이 아무쪼록 아쉽다.


Q: 중원에서 공간과 압박 등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없었다.

A: 수비와 공격 모두 애매했다. 수비는 적극적인 협공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가두는 방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공격은 4-4-2 전술에서 미드필더가 좀더 공격적으로 갔을 때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상대의 뒷공간을 차지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상대 공간이 헐거워졌을 때 빠져 들어가는 속도가 느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가 볼 잡고 다시 공격을 시도하면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의 역할 분담이 아쉽다. 미드필드에선 공격적인 선수를 올려놓고 수비를 확실하게 책임져줘야 하는데 같이 움직이면서 공간이 드러났다. 포지션 플레이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고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멕시코전이 심했다.


Q: 이근호-김신욱의 투 톱은 어땠나.

A: 공격루트가 단순했다. 상대가 맥을 잡고 쉽게 읽으면서 번번이 차단됐다. 카운트어택은 볼을 뺏고도 나가는 속도가 느려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 플레이도 미국과 멕시코전에서 1∼2차례 성공했을 뿐, 나머지는 묶였다. 외곽에서 나오는 크로스를 끊어먹는 다른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김신욱과 이근호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돌파를 시도한 건 이근호 뿐이었다. 둘은 정말 열심히 하려는 게 눈에 보이더라. 다른 공격자원들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어야 했다. 해외파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고 있고,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그들보다 2∼3배의 능력을 보여줘야 했지만 열정이나 투지 등이 모두 부족했다.


Q: 세트피스에선 1골도 만들지 못했다.

A: 세트피스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강팀이나 약팀이나 가장 공평하게 득점할 수 있는 기회는 세트피스 뿐이다.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멕시코전과 미국전에서 1∼2번의 기회는 나왔다. 집중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각도, 선수들의 쇄도하는 움직임을 갈고 닦아야 한다. 아직 월드컵까지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약속된 플레이를 보여주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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