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시애틀 최지만 “올해는 나도 메이저리거”

입력 2014-02-0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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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사진 |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차세대 거포로 주목 받는 최지만(23)이 올 시즌 빅리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지난 달 27일 미국에 도착한 최지만은 28일부터 애리조나에 위치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에서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올해로 미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는 최지만이 1월 달에 미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 빅리그 진출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의지와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 동산고 출신의 1루수 최지만은 미국 진출 첫 해였던 2010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루키리그에서 출발해 그 해 하이 싱글 A까지 승격했던 최지만의 당시 성적은 타율 0.360 2홈런 30타점.

최지만은 지난해를 포함해 마이너리그 3년 통산 타율 0.309 28홈런 158타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마이너리그 주간, 월간 최우수선수(MVP)는 물론 시즌 MVP까지 수상했고 작년 7월에는 마이너리그 전체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도 출전하는 등 메이저리그를 향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특히 지난해 트리플 A에서 뛴 최지만은 홈런 18개를 쏘아 올려 과거 추신수(32. 텍사스)의 마이너리그 3년 차 기록(9개)을 훌쩍 뛰어넘었다. 거포 능력을 지닌 최지만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된 최지만은 시애틀 구단 최초로 마이너리그에서 1000타석을 채우지 않고 빅리그 40인 명단에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844타석을 기록 중이다.

미국 현지언론은 이미 지난 해부터 “최지만의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다루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웹진 ‘블리처리포트’는 지난해 11월 올 시즌 빅리그 승격이 유력한 유망주로 최지만을 선정해 발표했으며 이 기사를 쓴 마이크 로젠바움 기자는 “시애틀이 기복이 심한 1루수 저스틴 스모크(28)를 얼마나 신임 하는가에 달려있긴 하지만 최지만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닷컴은 지난 주말 올 시즌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최지만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이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가서 바쁘게 지냈다. 식구와 지인들도 만나고 30년 만에 부활한 ‘야구대제전’에도 참가하는 등 예년에 비해 할 일이 많았다. 참, 이 자리를 통해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인가?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신문이나 방송 등 다수의 언론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다 사절하고 미국에 왔다. 징크스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치르고 한국에 가서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1년 미국에 와서 부상을 당해 1년 내 재활만 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그게 징크스가 됐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가면 인터뷰를 일체 안 한다. 이해해 주셨으면 고맙겠다.”

최지만. 사진 |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시즌 때보다 몸이 좋아진 것 같다.

“(웃으며) 그렇다. 한국에는 워낙 맛있는 음식이 많다. 그래서 매년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가면 살이 좀 찌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는 웨이트를 많이 해서 근육이 커졌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쪄 보일지도 모른다.”

-예년에 비해 무려 1달이나 일찍 미국에 왔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돼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그곳에서의 성적에 따라 곧바로 빅리그에 합류할 수도 있다. 예년에 비해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한국은 날씨도 춥고 마땅한 훈련장도 찾을 수 없어서 일찍 미국에 오게 됐다.”

-현재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곳 시애틀 스프링캠프에 두산 선수들이 전지훈련차 와있다. 고맙게도 그들이 타격연습을 함께 할 수 있게 배려해줘 너무 고맙다. 타격연습 외에 웨이트나 러닝 등의 체력훈련은 우리 팀 트레이너와 함께 하고 있다. 저녁 시간에는 혼자 사립시설에서 웨이트와 러닝 그리고 스윙연습 등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진출 단 3시즌 만에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되는 등 남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언어와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선 타향에서 야구를 하다 보면 경기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나도 비록 영어는 잘 못하지만 그런 것에 기죽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성격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한 것이 다행히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 아울러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준다. 절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은 물론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2012-13 겨울 호주리그’에 참가했을 때 크리스 옥스프링(롯데)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고 들었다.

“그랬다. 옥스프링을 상대로 호주리그에서 홈런 1개 포함해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고의사구를 얻어 걸어 나갔다. 당시에는 그가 옥스프링인지 몰랐다. 경기가 끝난 뒤 구대성 선배가 이야기해줘 알았다.”

-상대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타자들도 있는데 최지만은 안 그런 것 같다.

“(웃으며) 나는 평소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상대투수가 누구이던지 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타자는 공보고 공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연습한 대로 자기 스윙을 하면 된다. 결과는 그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기 때문에 미리 주눅들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웃으며)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장차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날이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 같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최지만. 사진 |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최지만 선수도 징크스가 있나?

“한국에서 인터뷰를 안 하는 것 외에는 징크스가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미국진출 첫 해에 추신수 선배가 선물로 준 배트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 후로도 매년 추신수 선배가 시즌 전에 배트를 몇 자루씩 챙겨주는데 이젠 그게 징크스가 됐다. (웃으며) 그래서 시즌 전에 선배가 배트를 안 주면 왠지 불안하다.”

-그렇다면 올해도 추신수의 배트를 얻을 생각인가?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선배와 전화통화를 했다. 선배의 배트가 이젠 징크스가 됐다고 하니 웃으시면서 조만간 만나서 배트를 주신다고 했다. 추신수 선배는 나를 포함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여러 후배들에게 멋진 롤모델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 추신수 선배와 같은 모습과 역할을 하고 싶다.”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됐으니 연봉도 오르는 등 대우가 달라졌을 것 같다.

“그렇다. 연봉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비행기 표도 일반석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비즈니스 석으로 해주더라. 스프링캠프 기간에 사용하는 호텔도 마이너리그는 2인 1실인데 메이저리그는 독방을 주는 등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밀머니(Meal money)로 불리는 밥값도 마이너리그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달콤한 당근이 많아져 야구할 맛 나겠다.

“전보다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하려고 미국에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추신수 선배가 과거 박찬호 선배의 연봉기록을 뛰어 넘으며 많은 후배들에게 희망과 긍지를 심어줬듯이 나 또한 장차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며칠 전에는 NC의 스프링캠프도 방문했다.

“그랬다. 친구와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러 간 것이다. NC와 같은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KT 구단에 김병희 선수를 비롯한 고등학교 동기와 선배들이 여럿 있다. 그들도 만나고 아울러 전준호 코치님과 김경문 감독님 등 야구계 어른들에게 인사도 할 겸 해서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서로 바쁘다 보니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일일이 다 찾아 뵙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마음만은 늘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부상 때문에 2011년 한 해를 재활에만 매달렸다. 그래서 시즌 전에는 항상 어떤 수치상의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고 싶은 게 우선이다. 부상만 없다면 어디에서 야구를 하든지 자신 있기 때문에 올 해는 반드시 메이저리거가 되겠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많은 분들의 도움과 팬들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올 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겠다. 아울러 한 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게 있다. 현재 미국 마이너리그에는 나를 포함해 총 10명의 선수가 있다. 이들에게도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그러면 이들 또한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 많은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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