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한국의 예상 금메달 6개 중 절반인 3개를 심석희(위쪽 사진)가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여자쇼트트랙의 희망인 심석희는 ‘제2의 전이경’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AP “한국 금메달 6개 중 절반 담당” 예상
월드컵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등 상승세
큰 키 탓 순발력 부족…지구력으로 만회
왕멍 불참…3000m계주까지 3관왕 도전
최근 AP통신은 국가별·종목별 메달 후보 분석을 통해 한국이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획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김연아(24·올댓스포츠),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의 모태범(25·대한항공), 이상화(25·서울시청)를 각각 우승 후보로 지목한 AP통신은 한국의 예상 금메달 6개 중 절반인 3개가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로 세화여고에 재학 중인 심석희(17)다. 그녀는 한국여자쇼트트랙의 희망이자, 에이스다.
● 외신도 인정하는 3관왕 후보
AP통신을 비롯한 다수의 해외 언론은 심석희의 소치올림픽 3관왕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워낙 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13일 오후 9시 5분(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여자 500m 결승을 시작으로 15일 오후 9시6분 여자 1500m 결승, 18일 오후 7시54분 여자 3000m 계주 결승, 22일 오전 2시53분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500m에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는 것도 심석희에게는 행운이다. 중국은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왕멍의 이탈로 3000m 계주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제2의 전이경’
여자쇼트트랙의 레전드인 전이경(38)의 대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심석희는 7세 때 고향 강릉의 스케이트장을 찾아 쇼트트랙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조재범 코치의 권유로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들어선 심석희는 서울로 전학해 오륜중에 입학했고, 이후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2012년 1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 500m와 1000m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고, 2개월 뒤인 3월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선 3관왕에 등극하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단기간에 주니어 무대를 석권한 심석희는 시니어 무대 첫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2013∼2014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가볍게 종합 우승을 거머쥔 뒤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갔다. 월드컵 1차 대회부터 4차 대회까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2∼2013시즌에 이어 10개 대회 연속 금빛 질주를 벌였다.
● 순발력을 만회하는 유연성과 지구력
165cm 안팎인 대부분의 경쟁자들과 달리 심석희의 키는 174cm로 쇼트트랙선수 중에선 유난히 큰 편이리 순발력이 부족한 편이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내야 하는 500m에서 다른 종목보다 덜 압도적인 것도 그래서다. 심석희는 부족한 순발력을 탁월한 유연성과 지구력으로 만회한다. 1500m에서 심석희가 세계 1인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지구력을 바탕에 둔 출중한 막판 스퍼트 능력 덕분이다.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얼음 위에만 서면 강심장이 되는, 타고난 승부사 기질도 올림픽 3관왕을 기대케 하는 또 하나의 ‘믿는 구석’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