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홈 텃세? 김연아 앞에선 아무 소용 없었다

입력 2014-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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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9일(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아사마 마오(위쪽 사진)는 트리플악셀을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찐 반면, 러시아의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는 자신의 최고점을 올리며 주가를 높였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흔들리지 않는 피겨 여왕의 힘

롱에지·어텐션 판정 ‘트리플 플립’ 대신
러츠 콤비네이션 점프로 논란 여지 없애

개최국 이점·인색한 판정 등 금메달 위협
밴쿠버올림픽 때처럼 완벽 연기로 극복


‘피겨 여왕’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진짜 적수는 누구일까. 아사다 마오(24·일본)일까,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일까, 그레이시 골드(19·미국)일까. 아니면 러시아의 홈 텃세일까, 심판들의 유독 박한 판정일까.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은 ‘김연아가 실수를 한다면’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가능하다. 행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김연아의 아성은 여전히 공고하다. 과거 사례가 말해준다.


● 트리플 플립의 롱에지? 어텐션?

사실 김연아는 그동안 석연치 않은 판정에 몇 차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2007∼2008시즌 그랑프리 3차 대회인 ‘컵 오브 차이나’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첫 기술 요소인 콤비네이션 점프를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로 구성했다. 성공률이 90%%를 넘었고, 가산점도 늘 2점 가까이 챙겼던 점프다. 그런데 이때 플립에 처음으로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 사용)’ 판정을 받았다. 점프의 에지 사용이 ‘교과서’와 같던 김연아에게는 데뷔 후 처음 생긴 일. 게다가 프리에서도 같은 점프에 ‘어텐션(주의)’ 마크가 붙었다.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러자 영리한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플립보다 기본점이 높은 러츠를 콤비네이션 점프로 바꾸고, 플립을 좀더 편하게 단독으로 뛰어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 트리플 토루프의 다운 그레이드?

이후에도 작은 트집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이 위기였다. 당시 쇼트에서 김연아의 콤비네이션 연결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가 느닷없이 ‘다운 그레이드(회전수 부족)’로 기록됐다. 이 역시 ‘컵 오브 차이나’ 때 플립 점프를 문제 삼았던 미리암 로리올-오버윌러(스위스) 심판이 내린 판정이었다. 중계화면을 여러 차례 분석해봐도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김연아의 대표 기술이자 가장 많은 가산점을 챙기는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 유독 흠을 잡고 있다는 점도 석연치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3월 열린 세계선수권 쇼트에선 다시 트리플 플립을 잘못된 날로 뛰었다는 이유로 ‘롱에지’ 판정이 내려졌다. 심지어 요소에 대한 점수도 유독 인색했다. 중립적 입장인 AFP통신이 “심판진이 김연아의 스핀에서 열심히 감점 요인을 찾아내고 예술 점수도 짜게 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 박한 판정에도 모두 우승, 완벽한 연기로 우려 불식

이 모든 ‘딴죽’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논란이 생긴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가산점이 줄고 감점이 생겨도, 여전히 김연아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밴쿠버올림픽 때도 그렇다. 로리올-오버윌러 심판이 올림픽 테크니컬 패널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를 낳았지만, 김연아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연기로 심판들의 눈과 마음을 녹였다. 당시 캐나다대표로 나선 조애니 로셰트가 복병으로 급부상해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반영한 점수를 받고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이다. 소치에서도 그럴 것이다. 김연아는 이미 심판들이 아무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도 깎아내릴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김연아의 라이벌은 여전히 ‘김연아’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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