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월드컵 우승·신기록 후 라이벌들 날 인정”

입력 2014-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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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스포츠동아DB

■ 오늘 스피드스케이팅 여 500m 2연패 도전 ‘빙속여제’의 달라진 위상

“다른 나라 선수들 이젠 경계 아닌 인정
넘고 싶던 벽 볼프까지 날 존경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면서 좋았어요,
하지만 방심 금물…무조건 최선 다할 뿐”


운동선수는 결과로 평가 받는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보다 큰 영예는 없다. 여기에 언젠가 꼭 넘고 싶었던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라이벌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그랬다.

이상화는 11일 오후 9시45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불과 4년 전인 밴쿠버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예니 볼프(35·독일)가 세계 최고였다. 당시 세계기록 보유자였고, 이상화에게는 꼭 넘고 싶은 산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밴쿠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을 이상화에게 안겼다. 그 후 이상화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2012∼2013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세계기록을 4번이나 갈아 치웠고, 출전한 대회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2014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선 하루(1차 레이스 36초57→2차 레이스 36초36)에만 2차례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세계빙속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었다.

이상화는 소치에 도착해 달라진 위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녀는 “훈련하면서 좋다고 느꼈던 게 다른 나라 선수들이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라며 “처음에 세계신기록(2012∼2013시즌 월드컵 6차 대회 2차 레이스 36초80)을 세웠을 때는 긴가민가한 분위기였는데, 계속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고 기록도 세우니까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순한 인정이 아니다. 이상화는 과거 못 넘을 벽처럼 느껴졌던 볼프에게서 ‘존경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녀는 “볼프가 원래 나에게 지면 굉장히 안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내가 연속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더니 ‘존경한다’고 하더라. 기분이 이상하면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볼프를 존경한다. 그 나이까지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은 하지 않는다. 내가 이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올림픽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소치|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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