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철규, 비장의 무기는 절실함

입력 2014-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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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은퇴했던 이철규(맨 오른쪽)가 4년 만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삼성화재와 우승 레이스를 펼치는 현대캐피탈은 이철규를 통해 팀 내 경쟁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2010년 트레이드 거부 후 미운털 은퇴
한차례 노크 거부…한달전 구단서 포용
김호철감독 기존선수 자극제 활용 포석
우승후보 현대캐피탈 ‘플랜B’ 핵심전력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는 가장 팽팽했던 시즌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우승경쟁이 뜨겁다. 5라운드 들어 도망가고 따라붙는 레이스다. 3월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의 맞대결 전까지 승점이 4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 태세다. 이미 두 팀이 보유한 전력은 다 나왔다. 기존의 전력을 최대화해서 운명의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이럴 때 새로운 전력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의 출현은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플랜 B다.

삼성화재는 4라운드 막판 무릎이상으로 수술을 받은 류윤식이 그 역할을 한다. 4라운드를 앞두고 대한항공에서 트레이드 해온 류윤식은 2월9일 러시앤캐시와 경기를 앞두고 무릎에 탈이 났다. 팀의 약점이던 서브리시브를 안정시켜주던 류윤식의 결장은 팀에 뼈아픈 2연패를 안겼다. 관절경 수술로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 재활중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본인도 출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캐피탈도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이철규(30)다.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2006∼2007시즌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2010년 문성민을 영입하면서 KEPCO로 보내준 임시형을 대신해 수비형 레프트를 했다. 탄탄한 수비가 강점인 선수였다. 2010년 7월 은퇴했다. 속사정이 있었다.

박철우를 FA선수로 빼앗긴 뒤 최태웅을 데려온 현대캐피탈은 대형 트레이드를 구상했다. 세터 송병일과 이철규를 주고 우리캐피탈의 신인 지명권으로 1순위 최홍석을 데려오는 트레이드였다. 얘기가 잘 맞았다. 만일 성사됐으면 현대캐피탈은 좌우의 균형이 맞는 탄탄하고 젊은 팀이 될 뻔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철규가 우리캐피탈행을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현대캐피탈은 송병일만 보냈다. 이후 박주형을 받았다. 미운 털이 박힌 이철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은퇴를 했다.

실업팀에서 활동하던 이철규는 여러 번 V리그를 노크했다. 삼성화재에서 데려가려고 했다. 신치용 감독이 석진욱을 대신해 쓸 카드로 욕심을 냈다. 현대캐피탈에서 결사반대했다. 트레이드를 거부했던 선수에게 이적동의서를 떼 줄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V리그와 인연이 멀어진 듯 했던 이철규가 컴백했다. 부산시청 소속 선수로 뛰다 지금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시작했다. “한 달 정도 됐다”고 구단 관계자가 귀띔했다. 아직 선수등록은 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이 이철규를 받아들인 것은 기존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였다. 주전 자리에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말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포지션을 위협할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프로야구 김응룡 감독(한화)이 즐겨 쓰던 방법이다. 해태 시절 그는 베테랑들이 느슨해지면 항상 경쟁자를 붙였다. 선수가 자리에 안주하면 퇴보한다고 믿었다.

현대캐피탈은 한 차례 이철규의 복귀의사를 거부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였다. V리그를 떠났기에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아는 이철규는 지금 뜨거운 땀을 흘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런 열정이 팀에 전파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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