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감독. 스포츠동아DB
지적 자극 주면서 투쟁심·긴장감 고취
독해져야 산다. 2014 K리그 클래식을 앞두고 있는 ‘디펜딩 챔프’ 포항 스틸러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포항의 새 시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 없이 노병준(35), 박성호(32), 황진성(30)이 팀을 떠났다. 팬 심(心)은 요동쳤고,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구단 프런트도 세 선수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렀던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었다.
위기론이 불거졌다. 황선홍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작년 우승 팀 감독과는 어울리지 않게 1월 초부터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 구성을 알 수 없어 할 얘기가 없다”며 고사했다.
새롭게 충원된 유스 선수들을 데리고 새 시즌을 풀어가야 한다. 익숙하면서도 항상 낯선 환경. 황 감독은 작년에도 줄곧 어린 선수들에게 냉정함을 주문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FA컵과 정규리그를 동시에 잡았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선수단 연령은 작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베테랑이 빠져나가면서 구심점이 흐려졌다. 타 구단 관계자는 “포항에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풀어나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황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경기 외적으로 선수들을 돌봐야 한다.
황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수차례 질문을 던지고 선수들의 답변을 이끌어낸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산파술)과 비슷하다. 소크라테스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면서 상대의 무지를 지적하곤 했다. 황 감독도 지적 자극을 가하면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일례가 있다. 황 감독은 시즌 목표로 상위그룹 진출을 밝혔다. 1강11중을 전망하며 포항 역시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김승대 등 영 플레이어상 후보가 많지만 타 구단 선수를 유력 후보로 꼽기도 했다. 모두 심리싸움이다. 선수들과 밀고 당기면서 투쟁심을 자극하고 있다. 선수들은 반발하면서도 강한 의욕을 드러낸다. 8일 울산 현대와 개막전에서 위기론을 잠재운다는 각오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