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이차만, 25년만에 박종환에 빚 갚다

입력 2014-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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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K리그 클래식의 최대 관심은 성남-경남전이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노장 사령탑 박종환 성남 감독과 이차만 경남 감독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이 감독이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3일 미디어데이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박 감독. 사진|스포츠동아DB·경남축구단

오랜 공백 깨고 돌아온 노장 맞대결 관심

이차만의 경남, 박종환의 성남에 1-0 승
1980∼90년대 전성기 때 팽팽했던 천적
이 감독, 1989년 이후 박 감독 처음 꺾어

경남FC 수비수 루크의 골이 터지는 순간, 경남FC 이차만(64) 감독은 나이를 잊은 듯 했다. 벤치의 코치들, 손자뻘 선수들과 어울려 펄쩍 펄쩍 뛰었다. 1만943명의 홈 관중과 함께 환희를 만끽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경남이 9일 창원축구센터에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홈 개막전에서 성남FC를 1-0으로 눌렀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3분, 송수영이 올린 코너킥이 루크의 몸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결승골이 됐다.


● 관심 집중 빅 매치

경기 후 이 감독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소감을 묻자 “말하나 마나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경남과 성남 모두 작년 하위그룹에 머물렀다. 두 팀 모두 강호, 인기구단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양 팀 사령탑인 성남 박종환(76), 경남 이차만 감독의 맞대결로 어느 빅 매치 못지않게 큰 관심을 모았다. 박 감독은 7년의 공백을 깨고 성남 지휘봉을 잡았고, 이 감독은 15년 만에 프로무대 복귀전을 치렀다.

적지 않은 취재진이 몰렸다. 킥오프 전 이벤트 매치로 경남 지역 레전드 출신들의 축구경기까지 열려 여러 축구인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김호와 김호곤, 이회택 등 축구원로부터 정해성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조영증 프로연맹 경기위원장 등 관계자 그리고 곧이어 경남과 만날 울산 조민국, 전남 하석주 감독 등도 보였다.


● 이차만, 박종환에 25년 만에 설욕

양 팀 모두 경기는 짜임새가 없었다. 아킬레스건이 뚜렷했다. 성남은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이 채 안 돼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모자랐다. 최전방 공격자원 김동섭이 팀 훈련에 본격 합류한지도 얼마 안 됐다. 경남도 주전들이 상당수 바뀌었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재편돼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전반을 이렇다할 찬스 없이 보낸 두 팀은 후반 들어 서로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몇 차례 공방전을 벌였다. 결국 종료직전 루크의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다.

이차만 감독 개인으로도 꽤 의미 있는 설욕전이었다. 이 감독은 지금도 박 감독을 “박 선생님”이라고 깍듯하게 예우한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두 사령탑은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이지만 프로무대 지휘봉을 잡은 시기는 1989년과 1992년, 딱 두 시즌만 겹친다. 당시 박 감독은 성남일화, 이 감독은 대우 로얄즈 지휘봉을 잡고 치열한 지략다툼을 펼쳤다. 상대전적이 흥미롭다. 1989년에는 이 감독이 8번 싸워 4승4무로 다 이겼다. 1992년은 반대로 박 감독이 5전 3승2무로 완벽히 뒤집었다. 1989년은 대우의 전성기였고 1992년은 일화가 정규리그 3연패(1993∼1995)를 달성하기 직전이었다. 결국 두 사령탑은 자신의 팀이 가장 강력할 때 상대의 천적이었던 셈. 이 감독은 이로써 1989년 이후 25년 만에 ‘박 선생님’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기는 기쁨을 맛봤다.

창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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