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극마크 도전, 차두리의 재활 일기

입력 2014-03-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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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차두리가 부상을 털어내고 다시 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년3개월 만의 대표팀 합류가 무산됐던 차두리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11일 베이징 궈안과 AFC 챔피언스리그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남은 기간 소속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스포츠동아DB

‘차미네이터’ 차두리(34·FC서울)가 다시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그는 6일 열린 그리스와 원정 평가전(한국 2-0 승) 명단에 전격 포함됐다가 불의의 부상으로 하차했다. 지난 달 25일 센트럴코스트(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뛴 뒤 허벅지 통증을 느껴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찢어졌다. 2∼3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2년3개월 만의 대표팀 꿈은 허망하게 물거품이 됐다. 차두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재활에 힘썼다. 차미네이터라는 별명다웠다. 회복속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얼마 전 팀 훈련에 합류했고, 11일 중국에서 벌어지는 베이징 궈안(중국)과 챔스리그 원정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출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한 달 사이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맛 본 차두리의 심정을 그의 일기 형식으로 꾸며봤다. 서울구단 관계자와 차두리 측근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구성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센트럴코스트전 전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허벅지가 따끔 했습니다. 직감적으로 근육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축구선수들, 특히 저처럼 많이 뛰는 좌우풀백들은 허벅지 부상을 종종 당하기 때문에 다쳤다 싶으면 감이 옵니다. 이상이 있다는 걸 느낀 순간 왜 바로 교체사인을 안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 정도 베테랑이 투혼을 발휘할 때랑 물러설 때도 구분 못하냐고요. 하지만 저는 최용수 감독님께 교체해달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러기 싫었습니다. 물론 아예 게임을 못 뛸 정도라면 당연히 신호를 보냈겠죠.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페이스 조절만 잘 하면 무리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표팀 소집을 눈앞에 두고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팀 내 최고참이 시즌 개막전부터 조금 아프다고 바꿔달라고 하면 팀 사기가 어떻게 되겠어요? 대표팀 소집 직전이라 몸을 사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어요? 물론 FC서울은 어느 팀보다 끈끈한 동료애를 갖고 있기에 저를 오해 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았습니다.

예전에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친 적은 몇 번 있는데 왼쪽은 오랜만이네요. 차미네이터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나봅니다 ^^; 저는 90분을 뛰었고 팀도 기분 좋게 이겼습니다. 게임 끝나고도 통증이 있어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역시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네요. 2∼3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어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대표팀 합류는 당연히 무산됐고요.

속상했냐고요? 당연하죠. 늘 가슴에 품어왔던 대표팀이었는데…. 하지만 걱정하시는 것만큼 좌절하거나 비통해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표선수라는 건 정말 큰 자부심이죠. 월드컵대표팀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저 역시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지난 2년 동안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위해 부단히 땀을 흘렸어요. 하지만 꼭 ‘대표선수여야 한다’거나 ‘월드컵에 가겠다’ 이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보다 객관적으로 떳떳하게 검증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그리스전에 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제 기량을 다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는 만족합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회복도 빠르네요. 생각보다 일찍 팀 훈련에 합류 했습니다. 우리 팀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개막전에서 전남에 져 속상했지만 다음경기에 집중해야죠. 11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 명단에 저도 포함 됐습니다. 통증이 사라졌으니 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듭니다. 아시다시피 베이징 궈안에는 작년까지 우리 팀 주장이었던 (하)대성이가 있잖아요. 대성이가 기술이 좋고 시야가 넓어 조심해야겠지만 우리가 100% 실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봅니다.

브라질월드컵에 갈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느냐고요? 그건 홍명보 감독님께 물어봐 주세요. ^^

전 요즘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늘 되새깁니다. 엔트리 발표 전까지 평가전도 없으니 FC서울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작년에 안타깝게 놓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또 리그에서도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뛸 겁니다. 그게 지금 제가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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