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은 2014시즌 부활을 위해 스피드가 아닌 타이밍으로 승부한다. 이승엽이 14일 시범경기 대구 LG전 3회말 1사 1·3루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른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불혹에 가까운 나이 현실적 대안
스프링캠프서 타이밍 훈련 주력
“기술·노하우 있어 충분히 승산”
“열심히 준비했으니 올해는 잘 할 것으로 믿는다.”
‘국민타자’는 부활할 수 있을까. 삼성 김한수(43) 타격코치는 이승엽(38)의 올 시즌 전망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스프링캠프부터 현재까지 준비 과정이 순조롭다는 진단이다.
특히 이승엽이 ‘스피드’보다는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 주목된다. 불혹에 가까워진 나이에 과거처럼 파워와 배트 스피드를 통해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신 꺼내든 카드가 타이밍 싸움이다.
김 코치는 “스피드는 떨어지더라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이승엽은 기술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안타는 물론 홈런도 충분히 생산해낼 수 있다고 본다. 승엽이도 동의하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스피드를 강화하는 것보다 타이밍을 잡는 훈련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에 따르면 이승엽은 스프링캠프 동안 한 번도 자진해서 쉬지 않았다. 베테랑 선수라면 50여일간 진행되는 캠프 동안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며 하루쯤은 휴식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승엽은 낮에는 물론 밤에도 묵묵히 훈련했다. 하루 훈련이 끝나면 김 코치와 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연구했다. 올 시즌 자존심 회복을 위해 그가 얼마나 절치부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2012년 국내에 복귀해 3할대(0.307) 타율에 21홈런 85타점의 호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11경기에서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기 위해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린 여파일 수도 있지만, ‘부진’이라는 결과물만큼은 그로서도 부정할 수 없다.
‘배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타이밍을 빼앗는 것(Ba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워렌 스판이 한 이 말은 타자와 투수의 싸움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명언이다. 이승엽은 타격의 출발점부터 고민했고, 세월이 야속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결국은 ‘타이밍’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의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시범경기에서도 2루타 1개와 3루타 1개를 포함해 타율 0.294(17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다.
말보다는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에서일까. ‘느낌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이승엽은 웃으며 “안 좋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김 코치는 “캠프에서도 좋았는데, 시범경기에서도 타격하는 그림이 괜찮다. 이제 스피드보다는 타이밍이다. 훈련한 것을 시즌으로 잘 끌고 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