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희의 두얼굴…터프한 걸? 조신한 걸?

입력 2014-03-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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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희. 스포츠동아DB

■ 챔피언 결정전 MVP 임영희

2차전 발목부상 불구 3차전 코트서 펄펄
거친 플레이와 달리 코트 밖에선 천생여자
위감독 채찍질 영향…“의식적으로 화냈다”


춘천 우리은행은 29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4차전에서 안산 신한은행을 67-66으로 꺾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우리은행 임영희(34)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MVP를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 75표 중 72표를 휩쓸 정도로 압도적 지지였다.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2회 연속으로 챔피언 결정전 MVP를 받은 선수는 우리은행에서 활약했던 타미카 캐칭(2003여름리그·2003겨울리그)과 신한은행 하은주(2010∼2011시즌·2011∼2012시즌)에 이어 임영희가 3번째다.


● 코트 안에선 ‘우직하고 강인한’ 여성

임영희의 활약도에 따라 승패가 갈린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임영희는 1·2차전에서 22득점씩을 기록했고, 팀은 2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3차전에선 8득점으로 부진했다. 팀도 패했다. 2차전 도중 생긴 발목 통증이 문제였다. 2차전이 끝난 다음 날 제대로 훈련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3차전을 앞두고는 진통제를 맞고 뛰었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임영희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4차전에서도 진통제를 맞고 뛰려다가 (3차전과) 똑같이 하기 싫어서 맞지 않았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결국 정신력으로 버틴 4차전에서 18점을 올리며 챔피언반지를 거머쥐었다. 부상투혼에서 알 수 있듯이 코트 안에서의 임영희는 우직하고도 강인하다. 팀 내서 가장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는 선수로 꼽히고, 플레이 스타일 역시 남자선수를 연상시킨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수비수를 앞에다 달고 원핸드 점프슛을 구사할 수 있는 여자선수는 한국에 임영희, 김단비(신한은행), 김정은(하나외환) 정도 뿐”이라고 설명했다.


● 코트 밖에선 ‘조신하고 얌전한’ 천생 여자

임영희는 2012년 4월 5년간 열애한 유재선(35)씨와 결혼했다. 운동선수생활을 하다보니 요리와 청소 등은 남편의 몫일 때가 많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요한 수상의 순간마다 남편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때마다 조곤조곤 여성스러운 말투에선 조신함이 묻어나온다. 코트 안에서의 플레이 스타일과 달리 유니폼을 벗으면 천생 여자다. 지인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것을 즐긴다. 평소 적은 말수에선 얌전함이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도 “너무 여성적인 성격이 농구에는 방해가 될 때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위성우 감독의 채찍질은 그런 임영희를 변화시켰다. 임 감독은 “임영희가 저돌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의식적으로 화를 많이 냈다. 이제는 (몸을) 상대와 부딪히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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