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곽희주 “긴장과 설렘이 반, 수원에 미안함 반”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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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11년간 오로지 수원 삼성에서만 뛰었던 곽희주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로 나선다. 행선지는 도쿄FC다. 도쿄FC는 14일 곽희주의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스포츠동아DB

■ 수원 ‘노장’서 도쿄 ‘베테랑’으로…제2의 축구인생 곽희주

11년 ‘원 클럽 맨’ 수원과 재계약 불발
입단 테스트까지 거쳐 J리그 도쿄FC행
늘 꿈만 꿨던 해외무대…33세에 도전
은퇴는 ‘마음의 고향’ 수원서 하고 싶어


“노장(old boy)보다는 베테랑(veteran) 아닌가?” 일본프로축구 J리그 도쿄FC 관계자가 입단 테스트를 받던 팀 훈련장에서 땀을 닦던 곽희주(33)에게 던진 한마디다. 노장과 베테랑…. 사실 속뜻은 같다. ‘노장’의 영어식 표현은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노장’은 왠지 모르게 퇴물, ‘베테랑’은 전문가를 칭하는 듯하다.

2003년부터 11년을 오직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 삼성에서만 뛰었던 곽희주는 2014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로 데뷔 이후 “언젠가”라는 전제 하에 항상 꿈만 꿨던 해외무대다. 도쿄FC가 그 행선지다. 계약기간은 올해 말까지 정확히 8개월. 11일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12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도쿄FC 구단 차원의 공식 발표는 14일 예정돼 있다. 연봉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K리그의 노장’에서 ‘도쿄의 베테랑’으로 제2의 도전을 시작한 곽희주와 전화통화를 했다.


● 진정한 홀로서기!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 나왔다.

“도쿄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 앞날도 불투명했고, 흐지부지 떠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젠 진가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


-계속 수원에서만 뛰었는데.

“예전엔 몰랐던 ‘홀로서기’의 느낌을 실감하고 있다. 긴장 반, 설렘 반? 정확히 25%씩이다. 50%는 (수원에) 미안한 감정이다.”


-잔 부상이 많았다.

“이곳저곳 아픈 데가 많았다. 그런데 수원을 떠나고 도쿄 이적을 확정할 때까지 3개월여간 팀 훈련을 쉬었다. 마음은 불편했어도 몸은 많이 좋아졌다. 부상도 없다. 경기감각만 좀더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


-수원 시절 ‘역경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는 카카오톡 문구가 화제였다.

“고난도, 고비도 있어야 삶이 재미있는 게 아닌가. ‘아프고 힘들어도 포기는 하지 말자’는 게 신조다. 도쿄에 왔더니 구단 직원이 내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해줬다. ‘당신은 노장이 아니라 베테랑이다’라고. 그 말을 듣고, 느낌이 왔다.”

곽희주는 K리그 11년간 정규리그 285경기에 출전해 17골-6도움을 했다. 중앙수비수로서 23개의 공격 포인트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오직 한 팀에서 거둔 성과였기에 의미는 더 컸다. 그러나 ‘원 클럽 맨’이란 타이틀은 버렸다. 수원과 재계약이 불발돼 타진한 해외 진출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수원 구단의 긴축재정 여파는 곽희주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 몸은 ‘도쿄 맨’, 마음은 ‘수원 맨’


-수원과 갈등은 없었나? 이런저런 루머도 많았는데.

“아니, 서운함은 전혀 없다. 떠날 때와 놔줘야 할 타이밍이 맞았다. 내가 잘 뛰는 게 수원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도 안다. 마음의 고향은 수원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다. 수원의 옛 동료들과 서포터스, 구단 식구들 앞에서 갈채 받고 현역에서 떠나고 싶다.”


-왜 일본이었는지.

“J리그는 FA(자유계약) 신분 선수가 시기에 관계없이 언제든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도쿄의 경우, 외국인선수 쿼터가 2장이나 남아있었다. 운도 따라줬다.”


-입단 테스트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나.

“구단 입장에선 날 받아주는 게 모험이다. 도쿄에 첫 발을 내디딘 지난달 27일부터 정말 짧고도 긴 기다림이었다. 그래도 자신 있었다. ‘직접 보고 가치를 판단하라’는 생각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피카덴티) 감독님도 좋게 봐주셨다.”


-복덩이를 가졌다고 하는데.

“우승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작년 시즌 후 결혼식을 했다. 2년간 미뤄둔 결혼여행을 하와이로 갔는데, 첫 날 별동별 3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목격했다. 그날 허니문 베이비가 탄생했다. 남자 아기인데, 태명은 ‘별동이’다. 큰 딸 민솔(2세)과 아내(이유정·30)에게 부끄럼 없는, 항상 당당한 가장이 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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