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절치부심 유한준의 이유있는 반란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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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외야수 유한준(오른쪽)이 사람 좋은 천성을 잠시 뒤로 접어두고 독기를 품었다. 그는 근육도 키우고 악바리 멘탈로 무장해 ‘강한 7번타자’의 대명사로 거듭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넥센 유한준

외국인선수 영입·후배들 성장에 위기감
이 악물고 근력운동…근육량 10kg 불려
타율 0.349 활약…강한 7번타자로 성장
“밀리면 끝…도전하는 자세로 최선 다할 것”


“다들 아시잖아요. 제가 왜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했는지.”

넥센 외야수 유한준(33)이 입을 열 때마다 진심이 들렸다. 차분한 눈빛과 담담한 말투로 절박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제가 1년간 부진한 사이 팀이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외국인 타자들도 들어왔고, (문)우람이도 성장했고, 강지광도 영입했고…. 나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결심은 쉽다. 9개 구단에 같은 위기감을 느낀 타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터다. 진짜로 어려운 건,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그런데 유한준은 정말로 달라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그는 올 시즌 14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49에 홈런 3개, 1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당당한 이 부문 1위다. 유한준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초반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 닭가슴살로 만든 근육과 달라진 ‘악바리’ 멘탈

유한준은 겨우내 근육량을 무려 10kg이나 불렸다. 개막 이후 2kg이 줄었지만, 여전히 100kg에 육박하는 우람한 체격을 자랑한다. 그는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짜주신 식단대로 두 달 동안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엄청나게 먹어 가며 몸을 불렸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아침에도 먹고 점심에도 먹고 자기 전에도 목까지 음식이 차오를 만큼 먹었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며 “살을 찌운 게 아니라 근육을 늘렸기 때문에 장타력과 순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체중이 늘어난 유한준을 보고 “하도 운동을 안 하고 많이 먹고 쉬기만 해서 살이 쪘나보다”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들일 뿐이다.

몸만 불린 것도 아니다. 유한준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멘탈 쪽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허문회 타격코치와 끊임없이 나눈 대화들 속에서 답을 찾았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길 꺼렸지만, 타석에서의 자신감과 투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마냥 ‘순둥이’였던 유한준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악바리’로 변신한 모습에 내심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 “올해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으로 여기까지”

지난해의 부진은 결과적으로 좋은 예방주사였다. 유한준은 개막 전 주전 우익수로 내정됐다가 시즌 초반 한 때 타율이 1할도 안 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 사이 2군에서 올라온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대타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서는 날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는 “이제 나이도 한 살, 한 살 먹어 가는데 올해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면 난 이대로 정말 밀리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 위기감이 강한 유한준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올 시즌에는 반대로 백업의 자리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강한 7번타자’의 대명사로 거듭나고 있다. 안 그래도 강한 넥센의 타선이 유한준의 힘과 함께 더 강해졌다. 유한준은 “처음에 내 역할이 백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단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감독님께서 ‘주전 자리를 다시 찾으면 된다’고 주문을 하셨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처음처럼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은 만 서른세 살의 외야수에게 선물 같은 한 시즌이 시작됐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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