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 사용 않으면 75억 안 내도 된다?

입력 2014-04-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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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그룹 서울입성권리 기부금 0원?

2004년 안양 LG는 건설 분담금 75억 내
이랜드는 잠실운동장 활용 이유로 면제
정몽규 축구협회장 공약 이행 대가 의혹

이랜드그룹은 14일 프로축구단 창단을 공식 선언하고, 창단의향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제출했다. 잠실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할 계획인 이랜드는 FC서울에 이어 서울을 연고도시로 하는 2번째 프로축구단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연고협약을 맺진 않았지만 이랜드의 서울 입성에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가입비 5억원, 연회비 5000만원을 내면 내년부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하면 가입비 5억원을 추가 납입하고, 연회비 1억5000만원을 내면 된다. 10년 전 안양 LG(현 FC서울)가 서울에 입성할 때와 비교하면 헐값에 프로스포츠 최고의 시장인 서울을 손에 넣게 됐다. 안양 LG는 2004년 연고지를 이전하며 ‘서울입성권리기부금’으로 75억원을 냈다.

서울입성권리기부금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으로도 불린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으로 250억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이 중 100억원을 탕감 받은 협회는 100억원만 지불하고 50억원을 유예했다. 그 대신 협회는 서울에 2개 프로축구단을 유치해 75억원씩 받아내기로 했다. 2004년 안양 LG는 3자 협의를 통해 협회에 50억원, 연맹에 발전기금 25억원 등 총 75억원을 지불했다. 미포조선이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던 2007년과 서울시민프로축구단(가칭)의 창단 움직임이 있었던 2009년에도 협회는 ‘홈구장을 어디로 사용하느냐에 관계없이 서울에 입성하는 프로축구단은 (전체 150억원 중 안양 LG가 부담한 금액을 뺀) 75억원을 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 이랜드의 프로축구단 창단에선 서울입성권리기부금 부분이 쏙 빠졌다. 연맹은 “잠실종합운동장을 활용하는 이랜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협회와 협의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5년 전까지 경기장에 관계없이 서울입성권리기부금을 받겠다던 협회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정몽규 협회장이 자신의 공약인 ‘서울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을 실현시키려고 75억원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이랜드에 서울시장을 조건 없이 내주면 추후 다른 구단이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려 할 때 협회와 연맹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협회와 연맹에 서울입성권리기부금에 대한 명문화된 자료도 없는 것으로 안다. 이번 기회에 연맹 이사회를 비롯한 공식기구에서 논의해 확실한 원칙을 세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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