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정성룡 “미친듯 훈련… 내 부활의 8할은 땀”

입력 2014-04-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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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선방 퍼레이드를 펼친 수원 골키퍼 정성룡의 활약에는 철저한 몸 관리와 심적 안정이 뒷받침됐다. 사진제공|수원삼성

■ 돌아온 한국 최고의 수문장 정성룡

울산전 2대2 불구 19개슛 중 2개만 허용
지난해 부진…따가운 시선 딛고 회복세
“동계훈련서 평생 흘린 땀보다 더 쏟았다”


“확실히 분위기를 탔어. 감도 찾았고….” 1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울산 현대-수원 삼성의 9라운드 경기를 지켜보던 수원 김대의 스카우트가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수원 골키퍼 정성룡(29)을 향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2-2라는 스코어에 가려진 감은 있지만, 정성룡의 선방 퍼레이드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날 울산은 19개의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원 골망을 흔든 슛은 2차례에 불과했다. 울산 관계자들도 정성룡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국가대표팀 ‘넘버원’ 수문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후배 김승규(24·울산) 앞에서 정성룡이 훨씬 안정적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 안주는 없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축구 최고 수문장 자리에 우뚝 선 정성룡은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공을 잡았다가 빠뜨리는 등 잔 실수가 유독 많아져 걱정을 샀다. K리그 34경기에서 41실점. 정성룡이 41골을 내준 것은 성남 일화(성남FC 전신) 시절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36경기였고, 어시스트도 2개를 기록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 전까지 축구계에선 “‘슈퍼 세이버’는 아니지만 실점하지 않아야 할 슛은 내주지 않는 안정된 골키퍼”라고 정성룡을 평가했다.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최고 자리에서 안주했다”, “노력이 없었다”, “경쟁이 없어 실력도 떨어졌다” 등 여러 이야기가 쏟아졌다. 여파는 대표팀으로도 이어졌다. 실점 때마다 K리그에서의 부진과 맞물려 화두에 올랐다. 그 틈을 타 김승규는 빠르게 성장했다.

방법은 없었다. 실력으로 입증하는 길밖에는. 정성룡은 “아주 힘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심적 압박을 받는 성격은 아니다. 일희일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런 게 좀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올 정규리그 9경기에서 10실점. 적은 실점은 아니지만 치명적 실수는 없었다. 김대의 스카우트도, 서정원 수원 감독도 “(정)성룡이가 엄청나게 훈련했다”며 대견해했다. 정성룡도 “미친 듯 훈련했다. 올 시즌 개막 전 대표팀과 소속팀 동계훈련에서, 평생 흘린 것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 몸도, 마음도 최고를 향해!

정성룡의 한국 나이는 30세다. 20대였던 지난해까지는 또 다르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동시에 하게 됐다는 점이 큰 차이다. 보양식을 따로 챙겨 먹거나 즐기지는 않는다. 흔한 영양제조차 찾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마음을 바꿨다. 이유가 있다. 40대 중반까지 전성기 못지않은 플레이를 펼친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전남 드래곤즈)의 “몸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말에 깊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도 최대한 오랜 시간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는 만큼 평소 해왔던 식이요법은 물론, 비타민과 마그네슘을 섭취하며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심적 안정도 찾았다. 영화광까진 아니지만 감동을 주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삶의 가치와 운동선수로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얼마 전 마이클 조던의 일대기를 담은 프로그램을 봤다. 마음을 울리더라. 좋은 글귀도 모아뒀다가 틈틈이 읽어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한다. 편안해지니 운동도 더욱 잘 된다”고 밝혔다. 정성룡은 역시 믿음직한 수문장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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