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1-8…LG 빛바랜 삭발 투혼

입력 2014-04-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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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깊은 부진에 빠져 최하위로 추락한 LG 선수들이 전원 짧게 머리카락을 자르고 22일 대구구장에 나타났다. 삼성전을 앞두고 애국가를 부르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LG는 1-8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삭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진영·이병규 등 고참들 솔선수범
LG, 2012년 6월 이후 첫 삭발 감행
선취점 불구 후속타 불발 3연패 수렁

LG 선수들이 심기일전을 위해 전원 삭발했다. 22일 대구구장. 오후 4시가 조금 넘어가자 LG 선수들이 대구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를 눌러 쓴 선수들의 모습은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자를 벗어 삼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인사를 나누자 짧게 자른 머리가 유독 도드라져보였다. 입술은 굳게 다물고 있었고 얼굴엔 비장함이 흘렀다.

LG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 앞서 단체 삭발을 감행했다.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다. 특히 주장 이진영과 이병규, 박용택, 정성훈 등 고참 선수들이 먼저 머리를 깎았다. 휴식일인 지난 21일의 일이었다. 고참부터 솔선수범해 심기일전을 하자는 취지였다. 고졸 출신 막내 임지섭까지 모든 선수들이 선배들을 따랐다. 강요는 없었다.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최근 LG의 부진과 불필요한 구설수에 의기투합하자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LG 선수단이 단체로 머리를 짧게 자른 건 201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LG의 최근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시즌 초반 6연패의 부진을 겪으면서 최하위(9위)로 뒤쳐졌다. 연승과 위닝시리즈를 단 1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팀타율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5점대 팀방어율로는 다 잡은 경기도 놓치기 일쑤였다. 작년 시즌 초반 1∼2위를 다투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일 한화전에서 구설수에 오르며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LG 우완투수 정찬헌이 6회와 8회 정근우의 등을 2차례 맞히는 사구로 벤치클리어링에 휩싸였다. LG에서는 6회 나온 정근우의 주루 플레이가 유격수 오지환에 상처를 입히자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정찬헌은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서 5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단 큰 건 LG선수단에 쏟아진 비난이었다. LG 선수단은 삭발을 통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겠다는 의도다. 김기태 감독은 “더 이상 내려갈 데도 없다”면서 선수들을 굳게 믿었다.

LG는 이날 경기에서 1회 선취점을 올리며 힘을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이 4회 집중타를 맞으며 흔들렸고, 팀 타선도 침묵했다. LG선수들은 삭발 투혼을 보였지만 경기력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대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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