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Plus] 포수도 로테이션?…“잘 맞는 궁합이 있다”

입력 2014-04-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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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예민한 직업 중 하나다. 같은 투수라도 포수 마스크를 누가 쓰느냐에 따라 공의 위력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넥센은 투수 밴헤켄(왼쪽)과 포수 로티노라는 사상 첫 외국인 전담 배터리를 시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 전담포수는 왜 필요한가?

두산 백업포수 김재환 니퍼트 부활 일등공신
넥센 밴 헤켄은 용병포수 로티노와 찰떡궁합

배터리 코치들 “제대로 운영하면 독보다 약”
역할 구분은 경계…“주전포수는 확실히 둬야”


투수와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부부나 다름없는 관계다. 둘 사이를 오가는 사인 하나와 공 하나에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매일 다른 투수와 짝을 이뤄야 하는 주전 포수는 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 유독 눈에 띄는 ‘전담포수’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정 투수가 선발 등판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는 안방마님들이다. SK처럼 아예 용병투수와 토종투수들의 담당 포수가 구분돼 있는 팀도 있으니, “포수도 로테이션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한동안 마스크를 벗었던 포수들이 용병 에이스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숨겨뒀던 재능을 발휘해 더 화제가 됐다.


● 니퍼트 공 받은 김재환과 밴 헤켄 전담 로티노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은 두산 더스틴 니퍼트(33)와 포수 김재환(26)이 좋은 예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은 니퍼트의 시즌 세 번째 등판인 16일 삼성전에서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김재환은 고교시절 포수로 지명을 받았지만, 입단 후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1루와 외야를 오갔던 자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포수로 맹훈련을 받았고, 첫 선발 출장에서 니퍼트와 7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니퍼트가 첫 3경기에서 흔들려서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포수를 바꿨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두산 송일수 감독 역시 “삼성전에서 니퍼트와 김재환의 호흡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결과가 좋다면 계속 둘을 같이 내보낼 생각이다. 어차피 양의지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김재환과 두 번째 배터리를 이룬 22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도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앤디 밴 헤켄의 전담포수로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를 내세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로티노는 마이너리그에서 305경기를 포수로 뛴 경력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주로 외야수로 출장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밴 헤켄-로티노 배터리는 첫 두 경기에서 13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면서 기대 이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세 번째 경기인 22일 목동 롯데전에서 4이닝 7실점을 기록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 코치들 “제대로 운영한다면 전담포수 좋은 해법”

그렇다면 전담포수는 팀에게 약일까 독일까. A구단 배터리코치는 “결국 대부분의 구단에 확실한 안방마님이 없어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은퇴한 SK 박경완 2군코치처럼 모든 투수를 아우를 수 있는 노련한 포수가 없다면, 투수가 각기 잘 맞는 포수와 호흡을 맞추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자기 자리를 못 잡고 있던 백업포수들이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했다. B구단 배터리 코치 역시 “전담포수는 사실 투수나 포수 입장에서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형태”라면서 “아주 압도적인 투수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투수는 포수에 따라 투구에 미세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특정 포수를 원하는 투수들과 다른 포수의 관계 문제다. 전담포수가 불의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이후의 호흡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B구단 코치는 “이를 위해 주전포수의 역할을 잘 구분해 주는 게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주전포수가 확실하게 있는 상태에서 전담포수를 운영해야 불필요한 갈등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두산 송일수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이 각각 양의지와 허도환을 “우리 팀 주전 포수”라고 못 박은 이유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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