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부진, 명장들도 못 버텼다

입력 2014-04-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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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이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국 조계현 수석코치(맨 오른쪽)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역대 프로야구 ‘감독 자진사퇴’ 사례

2011년 두산 7위 추락·불미스러운 일 등
‘베이징 금메달 명장’ 김경문 감독도 사의
1997년 백인천 감독, 건강마저 위협받아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 마찰로 사퇴 ‘충격’


LG 김기태 감독이 시즌 2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23일 돌연 자진사퇴했다. 한국프로야구 32년 역사상 감독이 시즌 도중 중도 퇴진한 사례도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LG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사령탑의 사퇴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 SK 김성근 감독, 삼성 백인천 감독(왼쪽부터)은 시즌 도중 자진사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2011년 김경문 감독 돌연 사의…“처음 구상대로 풀리지 않아 힘들었다”

김 감독처럼 시즌 도중 자진사퇴를 선언한 사령탑은 NC 김경문 감독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이었던 2011년 6월 13일 돌연 사의를 표했다. 두산 지휘봉을 잡은 2004년부터 팀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만들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명장 반열에 올랐던 그의 사퇴에 두산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당시 김 감독은 7위까지 곤두박질친 팀 순위와 안팎으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올 시즌 어느 때보다 구단의 지원이 좋았고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지만 처음 구상대로 풀리지 않아 정말 힘이 들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이 선수들이 뭉치는 계기를 만들고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이 떠난 자리는 김광수 감독대행이 대신했고, 팀은 그해 5위로 마감했다.


● 김성근 감독 “재계약 문제로 시끄러웠다…그만 두겠다” 언론 통해 사퇴 선언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도 SK 수장이었던 2011년 8월 17일 문학 삼성전에 앞서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 두겠다. 최근 재계약 문제로 시끄러웠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계약이 만료되던 해에 재계약을 둘러싸고 감독과 구단이 마찰을 빚고 있었고, 합의점을 차지 못해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 결국 감독이 직접 언론을 통해 사퇴를 선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SK는 다음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김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에 팬들은 그야말로 ‘패닉’이 됐다.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100만 관중이 구장을 찾는 인기구단으로 거듭나게 했던 김 감독을 추종하던 팬들은 분노했다.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구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구단에 비난을 쏟아냈다.


● 백인천 감독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2번이나 사령탑서 물러나

백인천 감독은 삼성 수장 시절이었던 1997년 2번이나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백 감독은 팀을 이끌던 6월 28일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졌고, 조창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백 감독은 그해 8월 1일 간신히 복귀했지만 결국 9월 2일 LG와의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갑자기 덕아웃에서 모습을 감췄다. 제2경기를 채 치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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