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확대 TV 중계 화면만으론 한계

입력 2014-04-28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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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는 현재 홈런 여부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 판독 확대를 주장하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삼성 최형우가 지난해 9월 19일 잠실 두산전 6회에 처음에는 홈런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2루타로 바뀌자 다시 2루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최근 연이어 오심이 나오면서 한국프로야구도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TV 화면으로 야구를 볼 수 있는’ 야구팬들이 이런 여론을 주도했다면, 이젠 ‘TV 화면을 보지 못한 채’ 야구를 하는 일부 현장 감독들 사이에서도 비디오 판독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도 과연 메이저리그(ML)처럼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시행해야하는 것일까. 무엇이 비디오 판독 확대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비디오 판독 확대 여론

KIA 선동열 감독은 26일 “비디오 판독 확대가 필요한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날 잠실 LG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1·2루서 오심으로 인해 경기가 종료되는 억울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타자 브렛 필이 1루에서 아웃됐지만, TV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1루수 김용의가 포구를 하는 순간 발이 1루에서 떨어졌다.

NC 김경문 감독은 27일 마산 두산전에 앞서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 확대를)실행하고 있으니 지켜보고 도입 여부와 적정선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올스타브레이크 때 감독자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올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 속에서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한다고 본다. 1경기에 1회 정도로 제한한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는 지난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주제로 프로야구 9개구단 감독과 선수, 야구인, 해설자 등 총 5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2013년 6월 21일 기사 참고). 당시 12명(24%)만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찬성했고, 37명(74%)은 반대했다. 특히 당시 9개 구단 사령탑 중에선 NC 김경문 감독만 유일하게 찬성했다. 비디오 판독의 폐해와 문제점도 많기 때문이었다.

당시 비디오 판독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 경기의 흐름이 끊기고 감독들의 정상적인 경기 운영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팀당 1회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대부분 “만약 한번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나중에 더 큰 오심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애매한 상황이라 경기 후반을 위해 남겨두다 판독 요청을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야구가 엉뚱한 문제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비디오 판독으로 한 타자의 아웃이 안타로 번복됐다고 치자. 그런데 그날 다른 선수도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 감독이 누구는 챙겨주고, 누구는 안 챙겨준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형평성 문제마저 발생한다”며 반대해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비디오 판독에 반대했던 현장 감독들도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ML이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시행하는 마당에 한국도 이런 흐름에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디오판독 확대 선결 조건은 예산

그러나 비디오 판독 확대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우선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ML은 올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시행하기 위해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를 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 각 구장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본부에 위치한 통제센터에서 판독을 실시해 각 구장 심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KBO는 당장 이런 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다. ML과는 산업규모가 다르고, KBO 자체 예산 역시 MLB 사무국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KBO 자체의 예산이 없다면 각 구단의 동의 아래 지원을 받아야하지만, 각 구단이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프로야구 구조상 이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각 구단 메인 홈구장뿐 아니라 지방의 제2홈구장까지 시스템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ML처럼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시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야구는 10개 구단으로, 30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ML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확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단순히 ML에 비해 3분의 1 정도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기초 시스템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TV 중계화면을 통한 비디오 판독의 문제점

일부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ML처럼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자는 게 아니라 TV중계 화면만으로 비디오 판독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것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방송사가 중계를 하지 않는 경기는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사 사정(다른 스포츠 중계 등)에 따라 지연 중계를 하고, 포스트시즌 등 지상파 TV중계 시 종종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끊는 일도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중계로 인해 프로야구 몇 경기는 지연 중계가 되기도 했다.

이럴 경우 해당 경기의 각 팀 감독과 팬들에게 “오늘은 TV 중계가 없는 관계로 비디오 판독은 불가능하다”거나 “방송사가 오후 3시부터 1시간 지연 중계를 하니 그때부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는 공지를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현장의 감독과 심판은 TV중계가 중단된 줄도 모르고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는데, 26일 KIA전의 9회 오심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프로야구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진다. 한마디로 한국프로야구가 방송사의 사정에 휘둘리게 된다는 의미다.

내년부터는 5경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지금은 프로야구가 인기를 구가해 전경기가 TV로 생중계되지만, 프로야구 인기는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하나의 규칙처럼 모든 팀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한다. 그러나 방송사 사정에 따라 비디오 판독이 되고,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도로 정착하기 힘들다.

물론 현재 홈런 여부를 비디오로 판독하고 있지만, ML처럼 13개 분야로 확대한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ML의 챌린지 시스템은 6회까지 팀 당 1차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판정이 번복되면 한 차례 더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7회 이후엔 심판이 판독 여부를 심판이 결정한다. 만약 국내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4회부터 프로야구를 중계한다면 감독들은 그 이전의 오심 상황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KBO가 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방송사 중계에만 의존
할 경우 향후 한국프로야구가 방송사에 종속될 가능성마저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계권 협상에서도 방송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KBO “비디오 판독 확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비디오 판독 확대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도입을 해야 하지만, 여론에 떠밀려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행을 한다면 프로야구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는 오심 논란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ML도 벌써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목표했던 오심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감독과 심판이 더 큰 언쟁을 하거나 퇴장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브라이언 프라이스 감독은 28일(한국시간) 애틀랜타전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뒤 심판의 최초 판정이 옳았다는 판정이 나오자 다시 어필을 하다 퇴장을 당했다. 보스턴 존 패럴 감독, 텍사스 론 워싱턴 감독에 이어 비디오 판독 확대 시스템 적용 문제에 따른 3번째 퇴장이다.

양해영 사무총장은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비디오 판독 확대 여론에 대해 “비디오 판독 확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다만 올해 당장 시행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총장은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무조건 눈감고 갈 수는 없다. 비디오 판독 확대와 관련해 기초조사는 해놓은 상태다. 메이저리그의 시행착오를 보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현장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치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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