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승률 5할 전엔 홈런 하이파이브 없다”

입력 2014-05-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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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신임감독(맨 오른쪽)이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5-0으로 승리한 뒤 위기의 상황을 잘 넘겨준 봉중근(51번)을 안으며 고마워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LG 양상문 신임감독(맨 오른쪽)이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5-0으로 승리한 뒤 위기의 상황을 잘 넘겨준 봉중근(51번)을 안으며 고마워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LG 양상문 감독 지휘봉 잡은 첫날

끝까지 최선 다하고 깨끗한 승부 강조
벨에게 “넌 내야의 리더” 영어로 격려
덕아웃에 자신감 고취 위한 문구 부착
당분간 변화보다 안정 주력할 뜻 밝혀

“LG 감독이 대단한 자리이긴 한 것 같다.” LG 양상문(53) 신임감독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수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웃음을 지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양 감독은 이날 자신의 야구철학과 함께 선수단 운영 방향과 비전을 밝혔다. 그리고는 첫 경기인 잠실 롯데전을 치르기 위해 훈련을 지휘하면서 LG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 깨끗한 야구, 독한 야구

양 감독은 ‘깨끗한 야구’와 ‘독한 야구’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독한 야구에 대해서는 “점수차가 아무리 크게 나더라도 끝까지 독하게 야구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수들에게 한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더 독해지기 위해 그는 “승률 5할이 될 때까지 우리 타자가 홈런을 쳐도 덕아웃 밖으로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끝내기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경기 도중 하이파이브를 위해 30초나 1분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투수코치와 수비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등 1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어 “경기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코치들과 축하 악수를 나누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나간 1승보다 다음 경기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깨끗한 야구는 정정당당한 야구를 뜻한다. 양 감독은 “나부터 심판에게 어필을 할 때도 감독으로서 역할과 규칙에 따라 당당히 항의를 하겠지만, 언성을 높이거나 몸싸움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 서로를 보듬는 야구, 자신 있는 야구

양 감독은 선수단과의 첫 미팅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하자”는 당부를 했다. 특히 외국인선수인 3루수 조쉬 벨에게 “(유격수)오지환이 실책을 하면 네가 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줘라. 난 너를 외국인선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넌 내야의 리더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미팅 후 “감독님께서 영어로 벨에게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참인 이병규에게 그런 말을 하면 이병규에게만 하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벨에게 얘기를 하면 다른 선수들도 무슨 뜻인지 와 닿을 것 같아서 일부러 벨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도 강조했다. 이날 LG 덕아웃 곳곳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문구가 붙었는데, 양 감독이 프런트에 부탁한 것이었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계속 말하는 것보다 덕아웃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며 웃었다.


● 선(先) 안정-후(後) 변화

양 감독은 LG 전력에 대해 “시즌에 앞서 3∼4위 정도로 예상했다”며 “너무 멀리 보면 어렵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한 계단씩 올라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양 감독은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면 팀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면서 이날 롯데전 선발 라인업이 사실상 LG의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백창수와 정의윤이 바뀌는 등 상황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소 변동의 여지는 있겠지만 선발 라인업을 자주 흔드는 야구는 하지 않겠다. 물론 기존 베스트 라인업을 뛰어넘는 실력과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분명 기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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