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영권이와 브라질행, 이게 꿈이야 생시야

입력 2014-05-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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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부상 때문에 런던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수비수 홍정호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으로 그간의 아쉬움을 날릴 참이다. 홍정호가 14일 경기도 파주NFC에서 밝은 표정으로 월드컵대표팀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파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3. 수비수 홍정호

공격수→수비수…개인기에 패스능력까지
2012년 인대 파열로 올림픽 출전 꿈 좌절
절친 응원 속에 슬럼프 극복 독일무대 진출
“영권이와 월드컵 동행 약속 이뤄져 기쁘다”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45) 감독은 선수시절 ‘아시아의 리베로’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아시아 대표 수비수였다. 그랬던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비수가 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중앙수비수로 가장 많은 A매치에 출전한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선 골까지 넣으며 ‘포스트 홍명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홍 감독과 홍정호의 첫 인연은 U-20 월드컵을 앞두고서였다. 홍 감독이 지도자로 변신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팀은 2009년 U-20 대표팀이었다. 그해 2월 소집훈련에서 홍정호는 홍 감독과 처음 만났다. 홍 감독은 팀을 조직하면서 홍정호와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을 포백라인의 중앙수비수로 발탁했다. 공격수 출신으로 패스능력까지 갖춘 홍정호의 다재다능한 면모에 주목한 것이다. 홍정호는 고교 2학년이었던 2006년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했다. 포지션 변경 후 2년만인 2007년 9월 U-18 대표팀에 선발되며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8강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홍정호는 이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선대학교를 중퇴하고 K리그에 뛰어들어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시즌 제주에서 주전수비수로 활약한 그는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을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윤빛가람(제주)에게 밀려 신인상은 못 받았지만 선배들을 따돌리고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K리그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선 A매치 데뷔전도 치렀다.

승승장구하던 홍정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직전인 6월 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입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야 해외진출에 걸림돌인 병역 의무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U-20 월드컵에서부터 함께 수비수로 뛰었던 김영권 등 친구들이 런던에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홍정호는 부상을 딛고 일어선 뒤 K리그와 대표팀을 오가며 꾸준한 모습을 보인 덕분에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다. 한국 중앙수비수가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것은 홍정호가 처음이었다. 이적 후 현지적응 등의 문제로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서서히 적응력을 높여갔다. 소속팀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대표팀에선 승승장구했다. 홍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홍정호는 대부분의 경기에 주전으로 출전하며 일찌감치 브라질행을 확정지었다.

부상으로 런던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직후 홍정호는 ‘절친’ 김영권과 함께 “브라질에는 꼭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홍정호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김영권의 도움이 컸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됐다.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낸 홍정호는 김영권의 따뜻한 위로 덕분에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브라질월드컵 준비를 위해 13일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홍정호는 “2년 전에 (김)영권이와 2014년 월드컵은 꼭 함께 가자고 약속했는데, 그게 이뤄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는?

▲생년월일=1989년 8월 12일 ▲키·몸무게=188cm·77kg ▲출신학교=제주 중앙중∼중앙고∼조선대 중퇴 ▲클럽 통산 성적=68경기·2골(제주∼아우크스부르크) ▲A매치 데뷔=2010년 8월 11일 나이지리아전(평가전) ▲A매치 통산 성적=23경기·1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아시안컵, 2013년 동아시안컵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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