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격의 거인. 5월 31일 23점을 올린 롯데는 하루가 지난 1일 다시 18안타 14점으로 폭발했다. 롯데선수들이 1일 잠실 두산전 5회초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황재균이 득점하자 덕아웃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송일수감독 “다나카 와도 못막을듯”
롯데는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23-1이라는 점수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롯데가 몰아친 29안타는 프로야구 33년간 1경기 단일팀 최다안타(종전기록은 27안타)였고, 선발전원타점은 시즌 1호이자 통산 10호 기록이었다. 더불어 역대 7번째로 선발전원안타와 전원타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3시11분간 롯데 타자들은 쉼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계속해서 기록을 써내려갔다.
1일 잠실구장은 폭풍우가 한 차례 지나간 듯 고요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의 진한 여운은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두산 김현수는 “29안타를 칠 줄 몰랐다. 타격감이 조금 좋지 않은 팀이 일주일간 치는 안타와 맞먹는 숫자 아닌가”라며 혀를 내둘렀고, 민병헌도 “3시간 중 2시간30분은 수비만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전날 선발투수였던 크리스 볼스테드는 외야에서 훈련을 하다 미안한 마음에 송 감독을 향해 사과를 건넸다. 전날 패배가 가장 뼈아픈 이는 사령탑이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라이브배팅을 해도 그렇게는 못 칠 것 같다. 그 상황에서는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가 와도 맞게 돼있다”는 농담으로 아픔을 승화했다. 그래도 경기 흐름상 어떤 투수라도 롯데 타자들의 불방망이를 막을 수 없었다는 얘기로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게다가 어차피 1승1패. 송 감독은 “어제 일을 다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롯데 김시진 감독도 전날 타자들의 활약에 뿌듯해하면서도 “오늘 20안타를 쳐도 내일 3안타를 치는 게 야구”라며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우리 팀 타자들이 볼스테드에 강했다. 이전 잠실경기(4월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전광판 미스가 나왔을 때도 볼스테드가 선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래도 어제 경기는 어제 경기일 뿐이다. 이전 KIA전(4월 11일 광주·20-8)에서 20점을 올렸다가 다음날 양현종이 선발로 나와서 3안타만 치고 무실점으로 진 적 있다”고 회상했다. 물론 상승세라는 게 있지만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야구이기 때문에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김 감독의 바람처럼 롯데 타자들은 1일에도 변함없이 힘을 내며 18안타·7볼넷·14득점으로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덕분에 두산과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를 장식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