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5년만에 데뷔 첫승… 한화 6연패 탈출 기쁨 두배

입력 2014-06-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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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태양이 1일 대전 SK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0년 입단한 이태양은 7이닝 1실점으로 프로데뷔 5년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7이닝 1실점…최고구속 147km SK 타선 압도

한화의 육성 프로그램이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한줄기 빛을 발했다. 그 주인공은 고졸 5년생 우완 이태양(24)이었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한 뒤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전체 36번째)에 한화 지명을 받고 입단해 데뷔 후 지난해까지 4년간 1승도 없었던 이태양은 1일 대전 SK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이태양의 프로 데뷔 첫 승이었다.

6연패를 당해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를 구출하는 1승이었다. 한화가 다음주 독이 오른 롯데와 1위 삼성을 상대로 6연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태양의 승리는 더욱 값졌다. 이태양의 승리로 한화는 대전구장 연패도 ‘5’에서 끊었다. 아울러 한화는 1일 9-3으로 승리해, 5월23일 잠실 두산전부터 8경기 연속 이어져 온 6실점 이상 기록도 끊었다.

그러나 연패 탈출 자체보다 더욱 값진 것은 이태양의 데뷔 첫 승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이태양은 한화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체격도 왜소했고, 직구 구속은 시속 130km대 중반에 불과했다.

이런 투수를 한화는 장기적으로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현역 은퇴 직후인 2010년 잔류군 코치로 발령을 받았는데, 이때 이태양과 운명적 만남이 이뤄졌다. 이태양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대전고를 졸업한 뒤 프로에 입단해 ‘맨발에서 벤츠’ 스토리를 일궈내며 한화 ‘레전드’가 된 정 코치는 이태양의 롤 모델이었다. 올해 22번으로 바뀌었지만 지난해까지 등번호도 정 코치의 현역 시절 백넘버였던 55번이었다(정 코치는 은퇴시 영구결번된 23번 외에 전성기 시절 55번을 달고 뛰기도 했다).

정 코치의 지도 아래 이태양은 ‘투수’가 되어갔다. 2012년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13년에는 60.2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2014년 한화 선발로 발탁됐다.

‘한화 에이스’라는 농담 섞인 찬사를 들을 정도로 구위가 좋았는데 다만 5월까지 승리(9경기 2패)가 없었다. 2013년 6월 30일 대전 넥센전 첫 패(통산 41경기 5패)부터 시작해 패전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4년 6월 1일 이태양은 최고구속 147km의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의 조합으로 SK 타선을 압도했다. 1회초 한화 포수 정범모의 어이없는 포구 실책으로 빚어졌던 2사 1·3루 위기를 돌파한 다음부턴 거칠 것이 없었다. 7회까지 데뷔 이래 최다인 113구를 던지고 내려왔다.

직전 등판이었던 5월 27일 대전 NC전에서 3이닝(7실점)만에 강판됐으나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스승의 날에 김응룡 감독에게 전화를 건 유일한 선수였을 만큼 배짱은 타고 났다.

이태양은 경기 후 “팀 연패를 끊어 기분이 좋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1승은 숫자에 불과하고 과정이 중요하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도 “팀의 기둥이 되는 선수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이태양의 미래를 축복했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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