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이승엽 선배님은 감히 나 같은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타자다.”
넥센 박병호(28)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름은 이승엽(38·삼성)이다. 올 시즌 홈런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보니 2003년 56홈런을 치며 아시아홈런왕에 등극한 이승엽의 기록에 도전한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병호는 손사래를 친다. 이유가 있다. 그는 “이승엽 선배님은 한국야구 역사에서 타격에 관한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 분이다. 나와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대선수”라며 “나는 고등학교 때 이승엽 선배님이 56호 홈런을 치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컸다. 그 모습을 보고 야구선수로서 꿈을 키웠고, 지금도 우러러 보는 대선배다. 난 이제 3년차 된 타자다. 나와 선배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요즘 기사에 사진이 나란히 걸리는 것만으로 죄송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박병호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승엽은 자신의 뒤를 이을 한국의 홈런왕으로 박병호를 꼽곤 했다. 손목을 이용해 기술적인 타격을 하는 이승엽, 타고난 파워와 몸 회전으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박병호. 타격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홈런을 생산해낼 줄 아는 타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선배님이 홈런이 치는 걸 보면 입이 벌어진다. 역시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자신을 낮추고는 “홈런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꾸준히 한 시즌을 보내는 것만 염두에 두고 있다”고 무심타법을 강조했다.
목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