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Gettyimages멀티비츠
기안, 좋아하는 숫자 ‘3’ 머리에 새겨
길라스 새싹머리 등 선수들 개성만점
헤어스타일은 메시지다. 콜롬비아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사자머리, 이탈리아 로베르토 바지오의 말총머리, 잉글랜드 데이비드 베컴의 닭벼슬머리는 곧 그 선수를 상징했다. 긴 장발에선 야성을, 염색은 개성을, 삭발에선 승리를 향한 결연함을 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축구를 좀 한다는 별들이 모인 2014브라질월드컵을 봐도 더 돋보이고 싶은 열망은 발뿐 아니라 머리에서도 드러난다.
● 호날두 ‘지그재그 헤어스타일’의 의미는?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와 더불어 세계축구의 빛나는 별로 꼽히는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는 발재간 못지않게 멋쟁이로 유명하다. 멋을 내다 월드컵 공식 기자회견에 지각한 일도 있었다.
호날두는 23일(한국시간) 미국전에서 오른쪽 옆머리에 지그재그 문양을 새기고 나와 그 의도를 놓고 무성한 추측을 낳았다. 호날두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궁금증은 증폭됐다.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은 뇌질환 수술을 받은 소년을 응원하기 위해 수술자국과 똑같은 무늬를 넣은 것이라는 설. 호날두는 희귀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에릭 크루스라는 10개월 된 스페인 아기를 위해 수술비 7만2000파운드(약 1억3000만원)를 후원했다. 호날두의 헤어스타일리스트도 “이 머리는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호날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이 설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설이 확산되자 크루스의 어머니는 25일 트위터를 통해 “아들의 상태가 호전됐기에 당장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호날두의 지그재그 문양은 수술자국과는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다만 호날두 덕분에 아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된 데 대해선 고마워했다. 호날두는 27일 벌어진 가나전을 앞두고 옆머리를 모두 밀어버려 더 이상의 설왕설래를 차단했다.
● 기상천외한 ‘헤어스타일 월드컵’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도 조별리그 과정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네이마르는 첫 경기 크로아티아전에서 2골을 넣은 뒤 금발로 염색하고 멕시코전과 카메룬전에 잇달아 나섰다. 가나 스트라이커 아사모아 기안(29·알아인)은 머리에 숫자 3을 새기고 있다. 백넘버도 3번인 기안은 ‘3’을 유독 좋아한다. 그러나 왜 3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선 “개인적 비밀”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벨기에 공격수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폭탄머리로 공포의 헤딩슛을 날린다. 알제리 포워드 나빌 길라스(24·FC포르투)는 새싹머리라는 파격을 보여줬다. 미국 미드필더 카일 베커맨(32·리얼 솔트레이크)은 장발을 휘날리고 있다. “출신지인 메릴랜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타일인데 마음에 든다. 머리를 계속 기르겠다”고 선언했다. 브라질전에서 환상의 선방으로 인기를 얻은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29·AC아작시오)는 뽀글뽀글 파마머리로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