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사탕 투척한 일그러진 팬심

입력 2014-07-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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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4 브라질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예선 1무 2패의 성적으로 16강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을 향해 축구팬이 던진 호박엿.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홍명보 빈손 귀국…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홍명보 감독(45)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내심 8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H조)에서 1무2패로 기대이하의 성적을 남긴 채 일찌감치 보따리를 쌌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과 자책감 때문에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선수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귀국 현장을 보기 위해 운집한 언론과 팬들로 입국장은 제법 북적거렸다. 그러나 경기 내용과 결과에서 졸전을 면치 못한 까닭에 과거와 달리 대표팀의 귀국 현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특히 입국장 한편에는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내걸려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홍 감독과 선수들은 간단한 귀국 보고 행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 감독이 인터뷰를 시작하려는 찰나, 한 축구팬이 “이게 너희들을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다. 엿 먹어라”라며 선수단을 향해 엿을 던졌다. ‘너땜에졌다’라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이었다. 홍 감독과 선수들은 팬이 던진 엿에 맞지는 않았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카페 회원들은 3일 전부터 귀국하는 대표팀에게 엿을 던지기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부진만으로도 아쉬움이 컸던 선수들은 일부 팬들의 거친 반응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인터뷰에 앞서 “엿 먹어야 하나요”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엿을 던진 팬들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간 가운데 ‘엇나간 팬심’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한 팬은 “선수들이 무슨 죄를 지었나. 스포츠에서 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도를 넘은 행동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천국제공항|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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