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올스타는 ‘타짜들의 전쟁’

입력 2014-07-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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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우. 스포츠동아DB

■ 오늘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32년 역사로 본 ‘왕별의 조건’

승부 가르는 한방이 열쇠… 역대 MVP 21명이 홈런
32년간 투수 미스터 올스타는 김시진·정명원 2명뿐
롯데, 올스타전만 나가면 거인 돌변…MVP만 14명

‘별들의 잔치.’ 최고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올스타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이 바로 ‘미스터 올스타’다. 프로야구 출범 첫해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출된 ‘올스타 MVP(최우수선수)’는 총 32명. 그들은 누구일까. 어느 별에서 왔을까. 하늘에서 점지한다는 ‘미스터 올스타’의 자격은 무엇일까.


● 투수 MVP 확률은 6.3%…투수보다는 타자가 유리

MVP로 가는 관문은 투수보다 타자에게 넓게 열려 있다. 역대 32명의 올스타 MVP를 살펴보면 타자는 30명인 반면 투수는 단 2명뿐이다. 역대 사례만 놓고 봤을 때 투수가 MVP가 될 확률은 6.3%에 불과하다. 투수는 혹사 방지를 위해 규정상 최대 3이닝까지만 던질 수 있다. 그마저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투수가 8명 정도 되기 때문에, 3이닝을 던지는 투수도 드물다. 선발투수도 2이닝 정도가 사실상 최대치다. 투수가 이 정도 던지고서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1985년 삼성 김시진과 1994년 태평양 정명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어떻게 바늘구멍을 통과했을까.

원년인 1982년부터 1985년까지 4년간은 3차전(1983년은 1경기 우천취소로 2경기)으로 진행했다. 김시진은 1985년 1차전에서 3이닝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3차전에서 3이닝 무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6이닝 1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로 투수 최초로 ‘미스터 올스타’에 올랐다.

정명원은 1994년 8회에 구원등판했지만, 승부가 연장전으로 넘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결국 연장 10회까지 3이닝 노히트노런(3탈삼진 포함)을 달성했다. 팀은 연장 14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지만, 정명원은 MVP를 거머쥐었다. 패전 팀에서 ‘미스터 올스타’가 나온 것은 1988년 해태 한대화(서군 8-9패배)에 이어 역대 2명뿐이다.


● 1안타로도 MVP 가능. 그것이 홈런이라면!

타자는 홈런을 쳐야 MVP에 가까워진다. 홈런을 치지 못하고도 MVP가 된 9명(30%)이 있긴 하지만, 홈런을 쳤기 때문에 미스터 올스타가 된 타자는 21명(70%)이었다. 홈런도 홈런 나름이다. 다다익선이기는 하지만 굳이 많은 홈런을 칠 필요는 없다. 승부에 결정적인 홈런 한 방이면 MVP를 타기에 충분하다. 역대 홈런을 치고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21명의 타자 중 2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단 3명. 1982년 롯데 김용희는 3경기(구덕·광주·동대문)를 치르면서 3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2000년 한화 송지만은 2경기(마산·제주)에서 3홈런을 날렸다. 2010년 롯데 홍성흔은 한 경기로 치러진 올스타전에서 멀티홈런을 기록하고 MVP를 받은 유일한 선수다. 홍성흔은 당시 홈런 2방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나머지 18명은 홈런 1개로 MVP를 차지했다. 특히 1989년 롯데 허규옥, 1996년 쌍방울 김광림, 2005년 롯데 이대호, 2007년 롯데 정수근, 2009년 KIA 안치홍은 단 1안타만 기록하고도, 그 1안타가 홈런이었기에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케이스다. 1989년 허규옥은 1안타에 타점도 1개였지만, 그 솔로홈런 한 방으로 1-0 승부를 결정지었기 때문에 미스터 올스타의 자격이 충분했다.


● 야구도 인생, 줄을 잘 서야

올스타전에서도 ‘줄’을 잘 서야한다. 아무리 잘 해도 다른 선수가 더 잘한다면 소용이 없다. 1982년 2차전까지만 해도 롯데 김용철이 가장 강력한 MVP 후보였다.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홈런과 4안타를 몰아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다른 이를 점지하고 있었다. 롯데 김용희가 3차전에서 만루홈런을 치면서 전세가 역전돼 버린 것. 김용희는 2차전 홈런 2방을 포함해 3홈런 7타점으로 초대 미스터 올스타가 됐다. 올스타전 사상 1경기 3홈런은 이후 2000년 송지만이 기록했지만, 만루홈런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더 진귀한 홈런으로 볼 수 있다. 팀의 줄도 잘 서야한다. 롯데는 이상하리만치 올스타전만되면 거인이 된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무려 14차례나 MVP를 쓸어가 버렸다. 43.8%의 수상확률. 김용희(1982·1984년)를 시작으로 박정태(1998·1999년), 정수근(2004·2007년), 이대호(2005·2008년) 등 4명은 2차례씩 MVP를 받아갔다. 1989∼1991년 허규옥∼김민호∼김응국이 3년 연속 수상했고, 2010년 홍성흔에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도 황재균∼전준우가 별중의 별이 됐다.


● 행운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는 시대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생이 그렇듯, 때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올스타전이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주인공이 1995년 한화 정경훈이다. 당시 정경훈은 서군의 8번 3루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깜짝 MVP’가 됐다. 기록상으로 충분히 MVP가 될 만했다. 그런데 사실 정경훈은 당초 팬투표는 물론 감독 추천선수로도 뽑히지 못했던 인물. 팬투표 서군 3루수로 선발된 해태 홍현우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폭력사건에 연루되면서 서군 감독인 LG 이광환 감독이 부랴부랴 불렀는데, ‘대타’로 나서 최고의 별이 됐다. 올해 ‘미스터 올스타’의 행운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지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그 주인공이 가려진다.


올스타전 날 비오면?…19일로 하루 연기

올스타전이 열릴 광주에는 18일 비가 예보됐다. 18일 비로 인해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하면 19일 오후 7시로 연기된다. 그러나 퓨처스 올스타전은 취소된다. 19일에도 비가 내리면 올스타전은 취소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한 적은 없었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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