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도곡동 KBO회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엔트리 명단 발표에 앞서 류중일 감독 및 기술위원들이 회의를 펼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회의 1시간30분이나 길어져 이견 추측
한 기술위원 “류감독 의중 최대한 관철”
“큰일 났다. 큰일 났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발표를 위해 28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실에 입장하며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삼성)이 부지불식간에 흘린 혼잣말이다. 기자실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카메라를 보고 국민적 관심의 무게를 새삼 실감한 것이다.
긴장한 듯 류 감독은 평소의 소탈함과 달리, 공식 인터뷰에서 단답형의 원론적 답변에 치중했다. 기술위원들도 회견이 끝나자마자 바로 빠져나갔다. 말을 많이 해서 소모적인 엔트리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몸조심이 역력했다. 한편으로는 선별 작업의 객관성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부담감도 읽힌다. 말을 할수록 군색해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을 보좌해 서울로 온 삼성 권오택 홍보팀장은 “KBO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같이 했는데 감독님이 밝으셨다”고 말했다. 마음의 정리를 굳히고 상경한 것을 알 수 있다.
류 감독, 조계현 코치, 유지현 코치(이상 LG)로 짜여진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날 오후 2시 김인식 기술위원장, 김재박·이순철·차명석·김병일 기술위원 등과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중간에 잠시 미디어에 오픈을 했는데 약간은 분위기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류 감독과 기술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회의 시간이 예상을 깨고, 1시간 30분이나 길게 이어진 것도 그런 생각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동석한 한 기술위원과 KBO 관계자는 “이견은 거의 없었다. 류 감독님이 준비한 엔트리를 한 명 한 명 발표하셨고, 그때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이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책임자인 류 감독의 의중이 최대한 관철된 인사”라고 전했다.
다만 이견은 투수 숫자에서 있었다. 기술위원들 중에서 투수 엔트리는 10명으로 가고, 야수를 늘리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류 감독이 강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승선이 예상됐던 포수 양의지(두산), 내야수 김태균, 정근우(이상 한화) 등이 희생됐다.
공식 인터뷰에서 류 감독은 최대한 말을 아꼈으나 설명이 짧다보니까 도리어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답변이 많았다. 냉방이 되는 곳인데도 류 감독은 “더워라 더워”라고 말하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영준 기자 marine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bluemarine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