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 시청률 오를수록 완성도는 떨어지는 아이러니

입력 2014-07-31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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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널 사랑해‘ 시청률 올라갈수록 완성도는 떨어지는 아이러니

가장 유명한 투자 격언 중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종목에 집중투자를 하게 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권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같은 격언은 MBC 수목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연출 이동윤) 제작진도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다. 4명의 주인공들과 다양한 조연군단을 캐스팅 하고도 노골적인 집중투자로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건(장혁)과 김미영(장나라) 커플에 강력한 의존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방송에서는 이건의 연인이었던 세라(왕지원)가 돌아왔음에도 그가 미영을 선택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완전체 '달팽이 커플'을 만들어 냈다.

이후 이 드라마는 30일 방송을 통해 이건과 미영의 행복한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시청자의 애를 태운 부분이 깔끔하게 해소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개를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아직 9회인 점을 생각해 보면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빠른 이건의 선택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극 초반 이건은 6년 동안 사귄 자신의 연인인 세라에게 프러포즈를 준비 중이었다. 이어 그는 세라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프러포즈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건의 모습은 6년 연인인 세라를 완전히 잊은 모습이다. 빗속 오열신 속 세라의 대사인 "6년 동안 만난 이건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었냐"라는 말에 저절로 공감이 될 정도다.

이런 미영에 대한 굳은 결심은 이건 뿐만 아니라 세라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영만 없었다면 이건의 평생 반려자가 됐을 세라의 억울함들이 전혀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훗날 이건에게 집착을 보일 경우 그저 잘되어가는 커플을 방해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속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 중인 다니엘 피트(최진혁)의 위치 또한 애매해졌다. 극중 미영에 대한 헌신이 자칫 유부녀에게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

일련의 이같은 위험성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장혁과 장나라에게 지나친 의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커플이 잘되어 가는 과정이나 코믹 연기에서 보여주는 호흡이 빛날 때 시청률은 자연히 상승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장혁과 장나라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것이다. 주연배우 네 명의 남녀가 펼치는 복잡한 관계도와 누가 누구와 맺어질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통해 로맨틱은 빛을 내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미 9회만에 이건과 미영을 완전히 엮으면서 이 드라마가 가진 모든 패를 시청자들에게 보였다. 이런 선택은 분명 시청률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드라마가 모든 카드를 내보이면 나머지 회차는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부디 올라가는 수치의 매력에 빠져 퀄리티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사진│㈜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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