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MVP… 넥센 삼총사 행복한 집안싸움

입력 2014-08-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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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강정호-밴 헤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박병호 33호 홈런… 50홈런도 사정권
강정호 홈런 2위, 타점·수비 프리미엄
밴 헤켄 20승에 방어율 1위하면 유력

“글쎄, 좀 더 있다 말씀드릴게요.” 넥센 염경엽 감독은 3일 LG전이 취소된 잠실구장에서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누구에게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 표를 줘야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가 약 70% 정도 지난 시점이지만, 현재로선 넥센 소속 3명의 선수가 MVP를 놓고 집안싸움을 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그 3명의 주인공은 1루수 박병호(28)와 유격수 강정호(27), 에이스 앤디 밴 헤켄(35)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만의 강점과 경쟁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염 감독은 “밴 헤켄이 20승을 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더니 이내 “아무래도 외국인선수보다는 웬만하면 국내선수인 박병호나 강정호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 홈런왕이 분명 유리할 것 같은데, 타점도 팀 공헌도면에서는 높기 때문에 모르겠다”며 웃었다.


● 박병호-3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그동안 MVP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간 선수는 박병호였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승엽(삼성)이 2003년 작성한 한국프로야구 시즌 최다홈런 56호도 넘볼 기세였다. 그런데 7월 들어 4홈런에 그치면서 가능성은 낮아졌다. 3일까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팀이 9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33호를 기록해 산술적으로 올 시즌 홈런수는 47개로 예상된다. 그러나 홈런왕은 여전히 MVP 투표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박병호는 그런 면에서 유리하다. 홈런왕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자이기 때문이다. 50홈런을 돌파하면서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다면 이승엽(2001∼2003년)에 이어 역대 2번째 3년 연속 MVP에 한발 더 가까워진다.


● 강정호-역대 유격수 최다홈런 신기원

강정호는 2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터뜨렸다. 전통적으로 유격수는 포수와 더불어 공격보다는 수비가 중심이 되는 포지션이다. 지금까지 유격수가 30홈런을 기록한 것은 1997년 해태 이종범이 유일했다는 데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종범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전설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병호와 홈런수도 3개차여서 홈런왕도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타점에서는 강정호가 85타점으로 박병호(73타점)를 앞서고 있다. MVP 투표에서 홈런왕은 분명 큰 무기이지만, 홈런왕이 아니더라도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넘기면서 박병호와 홈런수가 비슷하다면 강정호에겐 타점과 수비 공헌도의 프리미엄이 있다.


● 밴 헤켄-20승 투수 가능성 눈앞에

밴 헤켄은 2일 잠실 LG전 승리로 시즌 15승(4패)을 수확했다. 특히 최근 12연속 선발승의 파죽지세다. 1996년 해태 조계현이 작성한 한국프로야구 선발 최다연승 기록인 11연승을 넘어 새역사를 만들었다. 2012년 11승, 2012년 12승을 올리며 수준급 투수로 활약하더니 올해는 넥센의 에이스를 넘어 한국프로야구 최고투수로 성장했다. 다승뿐 아니라 방어율(2.79)과 이닝(135.2이닝)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탈삼진(119)은 KIA 양현종(126)에 이어 2위. 2007년 두산 리오스(22승) 이후 7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20승 투수로 이름을 올리고, 방어율 1위까지 차지한다면 MVP로 손색이 없다. 탈삼진 타이틀까지 휩쓸어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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