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금빛 시위 ‘야구장 소음’ 뚫다

입력 2014-08-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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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리커브양궁대표팀이 26일 프로야구 KIA-넥센전이 예정됐던 목동구장에서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목동|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a84

26일 목동야구장 폭우 쏟아져도 훈련
아테네·런던올림픽때도 금 수확 효과

한국양궁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선 뒤에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작은 도움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그 가운데 탄생한 것이 바로 야구장 소음 적응 훈련이다. 이는 2004아테네올림픽을 앞둔 그해 7월 잠실야구장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당시 남자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2003뉴욕세계선수권 남자개인전에서 박경모(현 공주시청 감독), 장용호 등이 예선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토너먼트에서 연이어 떨어졌다. 현장 분위기 적응 등에 실패했다고 판단해 새로운 훈련 아이템을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아테네올림픽 양궁경기장은 선수와 관중 사이의 간격이 짧아 관중들의 야유, 함성은 물론 기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양궁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금 3개, 은 1개를 수확했다. 이 성과를 단지 야구장 소음 적응 훈련의 결실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만, 대한양궁협회는 ‘선수들의 현장 분위기 적응에 충분히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후 10년간 야구장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을 앞둔 대표팀의 공식 훈련 코스가 됐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남녀리커브양궁대표팀 8명도 26일 목동 KIA-넥센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이들이 활을 쏘는 시간엔 폭우가 쏟아졌다. 표적조차 흐릿할 정도로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현대제철)은 X-10을 명중하는 등 ‘신궁’의 솜씨를 뽐냈다.

대표팀 장영술(현대제철) 총감독은 “양궁은 비가 와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 우리로선 최적의 훈련조건이었던 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단체전 결승 당시 엄청난 비가 내리기도 했다. 당시 금메달을 획득했던 주현정(현대모비스)은 “소음에 비까지, 일석이조였다. 지금까지 야구장 훈련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목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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