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후반기 반전의 주역은 불펜이다. 그 중에서 안영명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타고난 연투능력 덕분에 한화 불펜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선발도 좋지만 불펜 투구에 애착 커
타고난 튼튼한 팔…이틀 쉬면 말끔
팀 탈꼴찌 의기투합…아직 희망있다
“나중에 은퇴해서 돌아보면, 지금까지는 2014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한화 안영명(30)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선발로 10승도 해봤고, 중간에서 60경기도 나가봤지만,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팀과 관계없이 나 혼자 신난다는 게 아니라, 2년간 정말 하고 싶었던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재미만 챙긴 것도 아니다. 26일 대전 NC전에서 3-1로 앞선 9회 1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라 희생플라이로 한 점만 내주고 승리를 지켰다. 27일에도 7회 1사 1·2루 위기를 이어 받은 뒤 8회까지 1.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이미 19일 울산 롯데전에서 1.2이닝 35구, 22일 대전 SK전에서 2.1이닝 35구, 23일 광주 KIA전에서 1이닝 18구를 소화했기에 더 든든한 결과. ‘고무팔’의 위력이 대단하다.
● 2년 만에 돌아온 마운드, 임무가 커졌다
안영명은 2010년 KIA로 트레이드됐다가 2012년 KIA와 계약한 이범호의 보상선수로 한화에 돌아왔다. 잠시 떠났던 친정팀에서 다시 부름을 받은 뒤, 공익근무까지 모두 마친 올해가 본격적인 첫 복귀 시즌이다. 오자마자 고생도 많이 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필요한 자리마다 구멍을 메웠다. 불펜으로 확실히 돌아선 후에는 박정진, 윤규진과 함께 ‘안정진’ 트리오를 이뤄 후반기 한화의 돌풍을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마무리 윤규진의 부상으로 인해 안영명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안영명은 “어차피 내 역할은 정해져 있다. 홀드든 세이브든 팀이 원하는 대로 잘 해내면 된다. 우리 불펜에 좋은 투수들도 많고, 선발 투수들이 잘 해줘서 부담도 적어지니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팽팽한 긴장감 속에 던지는 중간이 좋다
많은 투수들이 선발 한 자리를 원한다. 등판일이 정해져 있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기를 준비할 수 있어서다. 안영명은 반대다. “선발도 좋지만 불펜에 매력을 느끼고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실점을 꼭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팀이 날 믿고 내보내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좋은 일이냐”는 것이다. 등 뒤에 주자들을 묶어 놓고 눈앞의 타자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즐긴다. “공 하나를 던지고 나면 양쪽 덕아웃도 보이고 관중석도 보인다. 그 팽팽한 긴장감이 나에게도 느껴진다”면서도 “경기하는 사람은 오히려 괜찮다. ‘맞으면 할 수 없고 잡으면 좋다’는 생각으로 던지면 된다”고 했다.
● 튼튼한 팔이 재산 “우리도 희망이 있다”
다행히 안영명은 튼튼한 팔을 갖고 태어났다. “원래 팔에 알이 잘 안 박힌다. 3∼4일을 연이어 던지면 당연히 힘들지만, 등판 다음날 하루나 이틀 정도는 더 던질 수 있다”며 “야구장에 나와서 코치님이 ‘괜찮냐’고 물으시면,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한다”며 웃었다.
요즘은 팀 전체가 함께 괜찮으니 더 좋다. “약간의 희망이 생기면서 다시 경기 중에 아드레날린이 솟는 것 같다. 새록새록 좋은 기분이 느껴진다. 팀 전체가 탈꼴찌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서로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안영명은 다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