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더 이상 펜홀더는 안 먹힌다…한국탁구 변해야 산다

입력 2014-08-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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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에 나선 한국탁구는 집중력 강화와 강인한 정신력 배양에 힘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남자탁구대표팀 유남규 감독(오른쪽)과 유승민 코치가 선수단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KISS와 함께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1. 배드민턴(성봉주 박사)
2. 사격(박상혁 박사)
3. 유도(김태완 박사)
4. 양궁(김영숙 박사)
5. 핸드볼(윤성원 박사)

6. 탁구(문영진 박사)
7. 복싱(김광준 박사)
8. 체조(송주호 박사)
9. 펜싱(정진욱 박사)
10. 레슬링(최규정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 과학화를 통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해왔다. KISS의 현장 지원은 세계적 수준이다. 실례로 박태환(25·인천시청)과 양학선(22·한체대)이 한국 수영과 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KISS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KISS는 안방에서 열리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금메달 지원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다. KISS와 스포츠동아는 8월 12일부터 주 2회씩, 총 10회에 걸쳐 종목별 전망과 스포츠과학 지원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대교체 실패…세계랭킹 20위권 남녀 1명씩뿐
인천아시안게임서도 개인전 메달 기대는 어려워
중국선수 귀화 신흥 강국 속속…한국탁구의 위기

쉐이크핸드 대세에 둔감…기술·전략 대응 부족
스포츠과학 적용 유망주 육성·지도자 양성 숙제

한국탁구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이에리사(60·새누리당 의원), 정현숙(62·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주축이 된 여자단체팀의 우승 이후 유남규(46·남자대표팀 감독), 김택수(44·대우증권 감독), 양영자(50), 현정화(45), 유승민(32·남자대표팀 코치) 등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했다. 탁구는 세밀한 감각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한국인의 감각능력이나 신체조건, 끈질긴 노력과 근성 덕분에 한국탁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전력을 유지해왔다.


● 한국탁구 침체의 원인은?

그러나 2008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경기력 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내적으로는 오상은(37·대우증권), 유승민, 주세혁(34·삼성생명)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차세대 주역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탁구의 흐름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는 수준급의 중국선수들이 미국, 독일, 홍콩, 폴란드 등 많은 나라에 귀화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어 신흥탁구 강국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 하나로 뭉친 대표선수·코칭스태프

이러한 난기류 속에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대비하는 한국탁구는 전례 없이 강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세대교체 이후 경기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코치진과 선수들이 하나가 돼 단점 보완에 초점을 맞춰 집중력 강화와 강인한 정신력 배양에 힘쓰고 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운동 등을 통해 최대한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 많은 국제대회를 분석해 선수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주요 상대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한국스포츠개발원(KISS)과 연계해 과학적 접근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고속카메라를 통해 세밀한 움직임까지 분석해 효율적 기술 발현을 위한 단서를 찾는 것도 그 중 하나다.


● 인천아시안게임 전망…단체전·혼합복식에서 메달 기대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메달 획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랭킹으로 판단할 때, 한국남녀선수들은 20위권 내에 주세혁(19위), 서효원(한국마사회·12위) 등 1명씩만 랭크돼 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상위권 선수들의 경기력이 뛰어나 단체전, 혼합복식에서 메달 가능성을 예상해 보지만 조심스럽다. 단체전에선 역시 중국이 최강을 지키고 있다. 대만, 일본, 북한 등도 강세지만 그래도 메달 경쟁이 가능하다고 본다. 혼합복식에선 201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013년 부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바 있어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 한국탁구의 미래를 위한 제언…①차세대 후보 선수 육성

현재 한국탁구가 침체돼 있지만,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고민할 요소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차세대 후보 선수를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다.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장우진이나 탁구신동 신유빈, 2014년 코리아주니어오픈대회에서 1위(15세 이하)를 차지한 안재현 등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있다. 이러한 질 좋은 차세대 선수들이 10년 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해야 한다. 중국으로 유학가거나 국제대회 출전을 늘릴 필요도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일본탁구협회가 주축이 돼 10여년 전부터 차세대 선수를 육성한 결과, 현재는 우리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대한탁구협회가 중심이 되고 정부나 대한체육회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해 차세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국탁구의 미래를 위한 제언…②능력 있는 지도자 양성

둘째는 능력 있는 지도자의 양성이다. 단순히 경험을 토대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립 잡는 법, 포핸드스트로크, 백핸드스트로크, 드라이브, 풀립, 커트 등 기본기에 충실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실수를 줄이고 선제적으로 경기를 리드하는 방법, 더 힘 있는 공을 만들어내는 방법, 빠른 반응과 빠른 동작수행을 위해 필요한 요인들에 대해 전문지식이 정립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중국탁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분석해 새로운 한국형 탁구를 만들어야 한다.


● 한국탁구의 미래를 위한 제언…③탁구의 전형 변화에 대한 대응

셋째는 탁구의 전형 변화에 따른 대응이다. 한때 아시아에선 펜홀더, 유럽에선 쉐이크핸드 전형이 주를 이뤘다. 상호간 팽팽한 줄다리가 점차 쉐이크핸드 전형으로 통합됐고, 이젠 완전히 통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세계대회에서 펜홀더 전형의 선수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전형의 변화 시기에서 중국은 쉐이크핸드뿐 아니라 펜홀더 뒷면을 활용한 이면타법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공격하는 방법까지 추가했다. 또 탁구대에 붙어서 전진속공으로 게임을 리드해가는 전형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포핸드로의 강력한 공격력을 만들어내 중국이 세계를 제패하는 초석이 됐다.

일본은 펜홀더 전형의 본산지이지만, 현재 일본 선수들 대부분은 쉐이크핸드 전형이다. 빠르게 중국탁구를 흡수하고 일본만의 탁구 전형을 만들어내는 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중국에서 좋은 코치와 선수들을 들여와 자국 선수들의 기술교육 및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했던 것이다.

반면 한국탁구는 정상은, 곽방방, 당예서, 전지희 등 중국선수들을 귀화시켜 발전을 꾀했으나 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는 펜홀더 전형에 대해 알고 있는 지도자들은 많지만, 쉐이크핸드 전형의 기술이나 전술에 정통한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쉐이크핸드 전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도자를 도입해 한국탁구의 기술을 섬세한 부분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 한국탁구의 미래를 위한 제언…④스포츠과학과의 결합

넷째는 스포츠과학과 접목하는 것이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략분석기법을 활용해 개개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보완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상대 선수의 문제점 분석 및 대응방안 도출, 탁구에 특화된 체력과 파워 증진 프로그램의 개발 등에서 스포츠과학을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달라지리라 기대한다.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인천아시안게임 탁구장에서 터져 나올 환호성도 듣고 싶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새벽부터 밤까지 늦도록 최선을 다하는 탁구국가대표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문영진 박사·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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