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딸에게 꼭 금메달 선물할 것”

입력 2014-08-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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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현희. 스포츠동아DB

■ ‘엄마 검객’ 지난해 4월 출산 후 첫 아시안게임 출전

출산후 몸 만들기, 부상 재활보다 고통
상하이월드컵 십자인대 파열 설상가상
몸이 예전같지 않지만 노련미로 승부
엄마 검객 당당한 모습 보여줄거예요

남현희(33·성남시청)는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 2012런던올림픽 여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여자펜싱의 대들보다. 한국여자펜싱이 세계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기 이전부터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그녀의 업적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수준이다. 아시안게임에선 2002년 부산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6년 도하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선 잇달아 여자 플뢰레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아선수권에선 2009·2010·2011·2012·2014년 대회에서 5번이나 2관왕을 달성하며 통산 1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불참한 2013년 대회를 제외하면 출전할 때마다 1등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무수한 국제대회 메달을 모았지만,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그녀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나서는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이다.


●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엄마는 강하다!

27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선 펜싱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남현희는 단연 관심의 초점이었다. 2011년 11월 사이클선수 공효석(28)과 결혼한 그녀는 지난해 4월 딸 하이(1)를 얻었다. 출산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검을 잡았고, 그해 9월 대표팀에 복귀했다. 올해는 국제무대에서도 연이어 성적을 냈다. 그러나 ‘엄마 선수’로서 활약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현희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솔직히 말했다. 펜싱은 민첩성과 순발력 등이 고루 필요한 운동이다. 우선 출산 이후 다시 선수의 몸을 만드는 과정부터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지금까지 부상 때문에 고생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설상가상 5월 상하이월드컵 도중에는 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까지 당했다. 재활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걷기만 해도 통증이 있다. 이제는 투혼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남현희는 “눈과 머리로는 그 동작이 나올 것만 같은데, 몸의 스피드가 따라주지 않는다. 예전엔 느낌이 왔을 때 10번 중 8∼9번은 찔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역시 종종 마음을 울린다. 펜싱대표팀은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태릉선수촌내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보낸다. 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매주 짧은 외박 때뿐이다. 그나마도 국제대회에 나가면 한동안 볼 수가 없다. 남현희는 “어머니와 시어머니께서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신다. 수시로 영상통화도 하고, 하이의 소식을 들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최선을 다한 만큼 하이에게 꼭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 영화 ‘명량’에서 얻은 교훈

남현희는 최근 펜싱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 대한펜싱협회 손길승(SK텔레콤 명예회장) 회장이 대표팀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남현희는 명량해전을 앞둔 영화 속 조선 수군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됐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일전을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소 침체됐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각오로 결국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남현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겐 그 약점을 커버할 노련미가 있다. 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하이에게도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태릉선수촌|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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