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동시다발적으로 4∼5명의 후보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후보 대부분 자리 없어도 유럽 활동 선호
조건맞는 명장 영입…높은 연봉이 걸림돌
대한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였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 감독과 계약이 불발되면서 비롯됐다.
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27일 ‘축구사랑 나누기 봉사활동’이 펼쳐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는 설명이었다. 이 위원장은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한 후보들은 4∼5명”이라며 “전 세계에 감독은 많지만, 한국에 관심을 주는 분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비록 독은 들었을지언정 ‘성배’로 포장됐던 한국 사령탑 자리가 외국인 감독들에게 이제 더 이상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고백이었다.
● 어디까지 진척됐나?
축구협회는 당초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포함한 3명의 후보군을 염두에 뒀다. ▲월드컵 예선 및 본선 16강 이상 ▲대륙선수권 지휘 ▲클럽 지도 ▲66세 미만 ▲어학능력 ▲유소년 및 지도자 교육 참여 등 8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모두 불발됐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가족과 세금 등의 이유로 협상 테이블을 떠났고, 나머지 후보들은 다른 행선지를 택했다. 결국 새로 판을 짰다. 백지 상태로 출발해 4∼5명으로 추렸다.
이용수 위원장은 “(후보들이) 유럽인지, 남미인지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기술위원회는 유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범주의 해외파를 원활히 점검하려면 유럽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스타리카를 2014브라질월드컵 8강으로 이끈 호르헤 루이스 핀투(62·콜롬비아) 감독과도 접촉하지 않은 이유다.
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일부 후보들과는 구체적인 연봉 조건까지 주고받았다는 이 위원장은 “최적의 일정은 새 감독이 9월 A매치 2연전 현장을 찾는 것이지만 확답할 수 없다. 9월 중 선임을 끝내 10월 A매치 2연전부터 직접 대표팀을 이끌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통해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 현실과 이상의 괴리
판 마르바이크 감독 영입은 ‘이상의 현실화’였다. 그러나 환상은 곧 깨졌다. 축구협회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적임자는 적었고, 축구협회가 “한국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며 먼저 접근했을 때 흔쾌히 응한 후보들도 거의 없었다. 결국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까다롭던 기존 조건은 ‘한국축구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고, 대표팀과 클럽을 통틀어 얼마간 경험을 가진 감독’으로 바뀌었다. 또 모두가 희망하는 ‘명장’ 영입에 대해선 “연봉 부담이 있다”며 ‘현실’을 거론했다.
이용수 위원장은 “당장 월드컵에 나가는 게 아니라 그런지, 한국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적었다”며 “대부분이 유럽에서 좀더 활동하길 원했다. 당장 자리가 없어도 변화를 기대하며 기다린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2018러시아월드컵까지 4년이란 세월 동안 한국에만 매이길 원하는 명장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파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