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 맨’ 기성용, 4년 계약 연장의 의미는?

입력 2014-08-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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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DB

숱한 러브콜 뿌리치고 잔류 택해
연봉 상승 이상의 가치 얻어

기성용(25)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와 재계약을 했다. 스완지는 2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6월 계약이 만료될 기성용과 4년간 계약연장을 했다고 발표했다. 기성용은 “내가 가장 원했던 결과(재계약)다. 다른 곳으로 가기보다는 스완지에 잔류하고 싶었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에서 뛰다 2010년 1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FC로 이적한 기성용의 첫 계약연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셀틱에 빠르게 안착하며 경험을 쌓은 기성용은 2012년 유럽축구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스완지시티로 옮겼다. 거칠고 쉽지 않은 스코틀랜드에서 인정받은 만큼 잉글랜드에서도 무난히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은 2012~2013시즌과 달리 2013~2014시즌에는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다.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더니 결국 선덜랜드 임대를 택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서운함도 쌓였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을 임대시키며 계약연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유럽 클럽들은 통상적으로 소속 선수를 다른 팀으로 임대할 때 계약연장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만, 스완지시티는 달랐다. 그만큼 기성용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스완지시티를 이끌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한 기성용을 떠나보내기 바빴을 뿐, 복귀 이후에 대한 구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성용은 실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선덜랜드에서 주전 멤버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출중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영국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스완지시티의 추락과 맞물려 기성용의 활약상이 부각되자 현지에선 “라우드럽 감독의 최대 실수는 기성용을 임대시킨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스완지시티의 선택은 하나로 집중됐다. 계약만료까지 한 시즌밖에 남지 않은 기성용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였다. 성적 부진으로 쫓겨난 라우드럽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게리 몽크 감독 역시 구단 측에 수많은 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기성용을 반드시 붙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기성용이 전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적을 통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지니고 있었다. 한때 자신을 ‘팽’시킨 스완지시티에 대한 서운함도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의 기류는 완전히 달라졌다. 협상 테이블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성용이 주도했다. 여기에 몽크 감독의 적극적 설득도 곁들여졌다. 결국 기성용은 잔류로 마음을 굳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올 시즌 원정 개막전에서 득점하며 분위기도 한층 무르익었다. 결국 장기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기성용은 연봉도 대폭 올랐지만 더욱 중요한 것을 얻었다. 신뢰와 믿음이다. 특히 몽크 감독과 기성용은 찰떡궁합이다. 감독은 선수의 장단점을 잘 알고, 선수는 감독의 의도와 뜻하는 바를 충실히 이해하고 있다. 개막 2연승을 달리며 순조롭게 출발한 스완지시티의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가치 상승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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