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황제’ 진종오가 2일 진천선수촌에서 리모와가 특별 제작한 총기 케이스를 옆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진종오가 들고 있는 10m 공기권총 역시 오스트리아의 총기회사 스테이어가 한정판으로 만든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이 아이템들은 진종오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리모와
獨 리모와, 세계 하나뿐인 한정판 선물
“10점은 먹고 들어가는 기분” 대만족
지명도 앞서 선수위원 도전도 자신감
‘권총 황제’만을 위한 한정판 총기 케이스 덕분에 장도에 오르는 진종오(35·kt)의 어깨는 으쓱 올라갔다. ‘사기충천’한 진종오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6∼20일)에서 금메달과 선수위원 당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 진종오의 새로운 도전,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진종오는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남자 10m 공기권총, 50m 권총 개인·단체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장을 냈다. 4년 임기의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에 출마한 것이다. 7명의 선수위원 중 4명은 세계선수권에서 시니어 선수들의 직접투표로 뽑힌다. 선수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3명의 선수위원은 12월 독일에서 열리는 ISSF 집행위원회에서 지명한다.
8월 23일까지 ISSF 선수위원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후보자는 총 13명.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유권자 가운데서도 특히 사격의 본고장인 유럽 선수들이 절대적인 숫자도 많고, 잘 뭉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종오는 지명도에서 앞선다. 2004·2008·2012년 3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세계 최정상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유권자 한 명당 최대 4명의 후보를 지목할 수 있어 비유럽권 선수들에게도 당선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 쏟아지는 질문에도 친절한 답변…진종오의 SNS 소통
특히 진종오가 SNS를 통해 전 세계의 사격선수들과 소통해온 것도 강점이다. 워낙 대단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선수이다 보니, 전 세계에는 진종오를 롤 모델로 삼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수시로 진종오의 SNS에 질문을 남긴다. 훈련방식부터 기록을 올리는 노하우까지, 궁금증도 다양하다. 훈련을 마치면 녹초가 될 때도 있지만, 진종오는 꾸준히 공부한 영어로 성의 있는 답변을 해왔다. 그것이 ‘제2의 진종오’를 꿈꾸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질문이 꼬리를 문다. “그 훈련은 나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없습니까?” 결국 진종오의 답변은 이렇게 귀결된다. “당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엘리트 사격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분은 경기력과 직결된다.
● ‘권총 황제’의 품격, 한정판 총기 케이스로 자신감 상승
세계선수권을 앞둔 진종오의 심리 기상도는 쾌청하다. 본인의 표현대로 “자신감이 급상승했고, 기분도 좋아졌고, 위풍당당하기까지 하다.” 이유는 출국 직전인 2일, 여행용 가방 브랜드인 리모와(Rimowa)로부터 전 세계에 하나뿐인 총기 케이스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최근 독일 리모와 본사와 연락을 취했다. “나를 위한 총기 케이스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에 리모와도 반색했다. 그 즉시 독일 본사는 한국 지사에 지시를 내렸다. 결국 한 달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진종오만을 위한 총기 케이스가 탄생했다.
진종오는 “여성분들이 한정판 가방을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 보면 된다. 다른 선수들은 갖고 있지 않은 총과 케이스를 갖고 있으면 더 자신감이 생긴다. 1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종오가 사용하는 10m 공기권총 역시 오스트리아의 총기회사 스테이어(Steyr)가 ‘권총 황제’만을 위해 한정판으로 만든 것이다. 스위스의 총기회사 모리니(Morini)도 50m 화약권총을 특별 제작 중이다. 황제의 품격에 걸맞은 아이템들과 함께, 진종오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