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히잡 쓴 요르단 女축구대표팀, 승점보다 행복함이 더 빛났다

입력 2014-09-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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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전 첫 승점…중동여성 사회참여 결실

친오빠 A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 B가 있었다. 그런데 가족은 여동생이 먼저 오빠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살해했다.(2004년) 여성 C가 있었다. 10대 후반의 기혼자였던 그녀도 오빠 D가 휘두른 흉기에 온 몸을 수십 차례 찔려 사망했다. C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동침했다는 것이 살인 사유였다.(2008년)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됐다는 요르단에서 모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다. 요르단에선 매년 20건 이상의 ‘명예살인’ 사건이 일어난다고 알려진다. 유엔(UN)은 정식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요르단 법정은 A에게 사형, D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중동에서 여성의 지위가 완전히 높아지진 않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와 스포츠활동도 조금씩 인정받는 분위기다. 특히 축구에서 활발하다. 공 하나만 있으면 여럿이 함께할 수 있으니 참여율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요르단이 ‘중동국가 여성 스포츠’의 중심에 있다. 11개국이 나선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이번 대회가 요르단여자축구의 첫 아시안게임 출전은 아니다. 2006년 도하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 때도 참가한 바 있다. 요르단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낯선 손님이 아니다.

다만 이색적인 장면은 눈에 띈다. 중동에서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기 위해 착용하는 히잡이다. 현재 요르단여자축구대표팀에선 공격 콤비 안나하르 아비르, 제브린 샤흐나즈 등 4명이 매 경기 히잡을 착용한다. 물론 규정상으로도 걸림돌은 없다. 유니폼과 정강이 보호대, 스타킹 등 규정된 복장을 제외하곤 일체의 장신구를 착용할 수 없도록 했던 국제축구연맹(FIFA)도 2012년 7월 아랍권 여성선수들을 위해 히잡 착용을 허락했다. 물론 유니폼과 히잡의 색상이 동일해야 한다.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요르단은 15일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여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처음 얻어낸 역사적이고도 값진 승점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선 또 다른 재미도 있었다. 이란 여성 심판진도 요르단의 일부 선수들처럼 히잡을 쓰고 경기를 진행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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