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미디어와의 소통…브랜드 가치 끌어올리다

입력 2014-10-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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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 분데스리가

여느 스포츠처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경기가 끝나면 공식 인터뷰가 열린다. 이는 감독(또는 선수)과 언론이 당일 경기와 관련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남의 장이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기사를 통해 팬들에게 전파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SNS 사용 빈도가 높아지자, 각 구단 홍보팀에서도 인터뷰를 별도로 촬영해 편집한 뒤 구단 공식 계정에 올리는 등 팬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노력은 흥미롭다. 특히 공식 인터뷰는 딱딱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기자들과 일상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청문회처럼 딱딱한 문답이 오가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환경은 감독들의 유머러스한 답변을 이끌기도 한다. 도르트문트가 대표적이다. 지동원 영입 이후 독일 기자들이 “지동원은 득점 기록이 저조한데 전력 강화에 보탬이 되겠는가”라고 묻자 위르겐 클롭 감독이 “골을 잘 못 넣는 공격수를 제대로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답한 일화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다른 예로 지난 주말 정규리그 6라운드 마인츠-호펜하임전 직후 한 일본 기자가 “오카자키 신지(공격수)를 다음 경기에선 어느 위치에서 뛰게 할 건가? 오른쪽? 왼쪽?”이라고 묻자 잠시 뜸을 들이던 카스페르 휼만트 마인츠 감독은 “음…. 남쪽? 북서쪽? 아니면 동쪽은 어떤가?”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이렇듯 분데스리가는 구성원들 스스로가 축구팬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는 기사로 가공돼 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대개는 딱딱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며, 형식적이고 뻔한 이야기들만 나오곤 한다. 그렇게 나오는 기사들은 팬들에게도 그다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K리그는 리그 수준 자체만 놓고 보면 아시아에선 단연 ‘톱클래스’로 분류된다. 매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호성적을 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과소평가 받으며 항상 ‘흥행’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국리그의 흥행을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와의 만남’이다. 물론 감독과 선수들의 주 업무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와의 만남에도 적극적 모습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여름 K리그 올스타전을 준비하며 이근호(당시 상주상무)가 트랙터를 타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홍보 영상을 만들어 ‘대박’을 쳤던 것이 좋은 사례다. ‘명품 리그’는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공하고 포장하는 미디어가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도르트문트(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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