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범가너로 시작해 범가너로 끝난 SF 우승

입력 2014-10-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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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범가너. ⓒGettyimages멀티비츠

매디슨 범가너. ⓒGettyimages멀티비츠

■ 월드시리즈 ‘21이닝 1실점’ MVP 영예

WS 7차전 팽팽한 승부 끝에 3-2 KC 제압
범가너, 5회 등판…9회까지 무실점 완벽투
최근 5년간 우승 3회째…짝수해의 SF 막강

매디슨 범가너(25)의 원맨쇼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30일(한국시간)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캔자시스티 로열스를 3-2로 힘겹게 물리치고 시리즈를 4승3패로 마감했다.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짝수 해에 우승을 차지한 자이언츠는 팀 통산 8번째로 정상에 올라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 부문에서 뉴욕 양키스(27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1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9회)에 이어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 월드시리즈 MVP 범가너

5차전에서 117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던 범가너는 불과 이틀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했지만 3-2로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지키던 5회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불안했다. 선두 오마르 인판테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것. 희생번트로 1사 2루에서 아오키 노리치카가 밀어친 타구를 자이언츠의 좌익수 후안 페레스가 호수비로 잡아냈다. 범가너는 3번타자 로렌조 케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동점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로는 거침이 없었다. 9회 2아웃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스트라이크존보다 조금 높게 형성되는 패스트볼에 로열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알렉스 고든이 친 타구를 원바운드로 처리하려던 중견수 그레고르 블랑코가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수를 저질러 2사 3루가 된 것. 카프먼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염원과는 달리 살바도르 페레스는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범가너는 포수 버스터 포지를 비롯한 팀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승 1세이브를 거둔 범가너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만 21이닝 1실점(방어율 0.43). 이제 25세에 불과하지만 월드시리즈 개인통산 36이닝 동안 단 1점만을 허용하며 5승무패, 방어율 0.25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최소 3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낮은 방어율이다.


● 가을야구 DNA

자이언츠는 최근 5년간 3번째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경험 면에서 로열스와 차원이 달랐다. 2회초 자이언츠는 로열스 선발 제레미 거스리를 상대로 파블로 산도발이 사구로 출루한 후 헌터 펜스와 브랜든 벨트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마이클 모스와 브랜든 크로퍼드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져 2점을 먼저 올렸다.

2-2로 동점을 이룬 4회에도 산도발이 2루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펜스의 중전안타가 이어졌다. 1사 1·3루에서 모스가 로열스의 두 번째 투수 켈빈 에레라의 공을 밀어 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산도발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산도발은 공교롭게도 4차례 타석 모두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 3개와 사구 1개로 100% 출루에 성공하며 ‘가을 사나이’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번 월드시리즈 성적은 23타수 9안타(0.429) 4타점. 5번 펜스와 6번 벨트는 각각 4타수 2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 감각을 뽐냈다. 특히 두 선수는 이번 월드시리즈 7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다. 선발로 나선 팀 허드슨이 1.2이닝 2실점으로 부진을 보이자 구원등판한 좌완 투수 제레미 아펠트도 포스트시즌 11.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한 ‘언성 히어로(숨은 영웅)’였다.


● 승부처

로열스의 10-0 대승으로 끝난 6차전과는 달리 이날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로열스는 선발로 나선 제레미 거스리가 3.1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막강 불펜 트리오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가 5.2이닝 무실점으로 버텨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수비에서 자이언츠가 앞섰다. 로열스는 0-2로 뒤진 2회말 고든의 적시 2루타와 오마르 인판테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3회말에는 선두로 나선 케인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4번 에릭 호스머가 친 날카로운 땅볼타구가 병살타로 연결되며 땅을 치고 말았다. 자이언츠 2루수 조 패닉이 역모션임에도 다이빙을 해 타구를 막아낸 후 글러브에 든 공을 그대로 토스해 유격수 크로퍼드에게 연결하는 신기의 수비를 선보인 것. 호스머가 1루에서 세이프됐다는 판정이 자이언츠 브루스 보치 감독의 이의 제기로 비디오 판독 끝에 번복됐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심판 판정이 뒤바뀐 것으로 패닉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무사 1·3루의 기회가 이어져 로열스가 리드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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